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폭스 뉴스>와 회견에서 큐어넌(QAnon) 등 극우세력의 음모론 사이트 등이 주장하는 음모론을 전달했다. <폭스 뉴스>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서 계속되는 인종차별 반대시위와 관련해 온갖 음모론을 쏟아냈다. 온라인 상에서 최근 몇달 동안 퍼지던 음모론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폭스 뉴스>의 앵커인 로라 잉그러햄과의 회견에서 ‘공화당 전당대회에 비행기로 폭력배를 실어날랐다’, ‘일부 부자들이 인종차별 시위에 돈을 댄다’,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후보)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된다’는 등 근거없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트럼프가 이 회견에서 주장한 음모론을 <뉴욕 타임스>가 정리했다.
■ ‘비행기로 폭력배들을 공화당 전당대회에 실어 날랐다’
트럼프는 “이번 주 어떤 도시에서 어떤 사람들이 탄 비행기가 있었고, 그 비행기에는 거의 폭력배로 가득찼다”며 “그들은 검은 유니폼을 입고 이런저런 장비와 복장을 갖췄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 사람들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와해하려고 워싱턴으로 향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 6월초부터 온라인에 떠돌았다. 당시 미국 내 많은 도시와 마을에서는 안티파로 알려진 반파시스트 활동가들의 느슷한 연대가 평화를 파괴하려고 자신들의 마을로파견됐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소문의 대상이 된 아이다호주 페이예트 카운티 보안관실은 “페이예트 카운티에 안티파가 있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고, 안티파나 다른 단체에 대한 어떠한 특정한 경고도 시민들에게 발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음모론은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에 의해 지난 주 다시 제기했다. 그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항의 시위대와 조우하자, “대도시에서 온 불량배다. 우리를 공격한 사람들의 일부는 적어도 워싱턴 주민이 아니다. 그들은 비행기로 여기에 왔고, 모두가 새로 장만한 옷을 입고 있다”고 말해, 그들이 다른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동원된 사람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폴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 ‘아주 멍청한 부자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돈을 대고 있다’
트럼프는 “일부 아주 멍청한 부자들이” 지난 주 워싱턴 및 최근 몇달 동안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 역시 유명한 자선사업가이자 민주당 후원자인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경찰의 폭력성을 반대하는 시위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최근 몇달 동안의 온라인 상의 음모론을 반영한다.
우파 진영의 극단적인 활동가 사이에서는 오랜 전부터 소로스가 보수 진영을 파괴하려는 배후 인물이라는 음모론이 주장되어 왔다. 그가 안티파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로스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기부를 했으나, 유명 연예인인 비욘세, 프린스 등이 포함된 수많은 기부자 중의 하나일뿐이다.
소로스가 세상을 돈으로 지배하려 한다는 주장은 미국 극우세력들이 전파하는 음모론의 대표적인 창구인 ‘큐어넌(QAnon)’의 중심적인 음모론이다.
■ ‘당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바이든을 조종한다’
트럼프는 “여러분들이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큐어넌이 주장한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이 음모론은 트럼프를 해치려고 음모를 꾸미는 사탄 숭배 소아성애자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이들은 전 세계적인 ‘아동섹스밀매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큐어넌 추종자들은 이 일당에 소로스,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최고위 민주당원들이 포함됐다고 믿는다. 실질적인 정치권력은 조 바이든 같은 공식적인 후보가 아니라 은밀한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행사한다고 맹신한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동제한 조처 등으로 사람들이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자, 페이스북 상의 10대 큐어넌 관련 단체들이 600%나 성장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세계를 지배하려는 세력들의 음모이며, 개발되는 백신에는 나노칩 등이 들어가 있어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