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극우 지지자’ 총격 사망에 ‘쿠데타’ 음모론 꺼내든 트럼프

등록 2020-08-31 15:04수정 2020-08-31 15:20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 충돌로
포틀랜드서 극우단체 소속 남성 총격 사망하자
트럼프 ‘안티파에 의해 숨졌다’ 메시지 리트위트
‘폭력’ 부각해 ‘법과 질서’ 강조…대선 쟁점화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동안, 한 여성이 ‘큰 실패’라고 적힌 펼침막을 든 채 트럼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스털링/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동안, 한 여성이 ‘큰 실패’라고 적힌 펼침막을 든 채 트럼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스털링/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각)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충돌해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새벽부터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도발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옹호·선동하는 듯한 글을 비롯해 극우주의자들이 설파해온 각종 ‘음모론’을 폭풍 트위트했다. 미국 대선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위 ‘폭력’ 문제를 대선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30일 오전 5시49분에서 8시4분 사이에 89개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는 등 하루 종일 메시지를 쏟아냈다. 트위트 내용 상당수는 전날 밤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위 현장에서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을 향해 “무능한 바보”란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위대한 나라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포틀랜드 사람들도 법과 질서를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석 달 넘게 지속돼온 인종차별 시위를 방치한 것이 사망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탓한 것이다.

특히 숨진 남성이 ‘패트리엇 프레어’란 극우단체에 속한 트럼프 지지자란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이름은 제이 비숍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고 경찰을 지지한 좋은 미국인이었다. 그는 포틀랜드에서 ‘안티파’(반파시스트)에 의해 숨졌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리트위트하며 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또 “주류 언론들은 폭동과 극심한 폭력 사태가 전혀 조직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무정부주의자들의 자금 지원을 받는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는 쿠데타 시도”라는 글을 리트위트했다. 극우 채널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의 음모론적 프로그램 홍보 문구인데, 대통령이 음모론까지 부추기며 인종차별 시위대와 충돌한 극우세력을 옹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간의 충돌 과정에서 사망한 남성의 신원 등이 담긴 트위트를 리트위트하며, 그의 명복을 빌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간의 충돌 과정에서 사망한 남성의 신원 등이 담긴 트위트를 리트위트하며, 그의 명복을 빌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는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되자 자신의 재선 구호 중 하나인 ‘법과 질서’를 부각하기 위해 포틀랜드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인종차별 이슈를 ‘폭력’ ‘혼란’ 문제로 전환시켜 자신이야말로 무질서와 범죄를 척결할 수 있는 사람이란 점을 강조하며 열세 만회에 나선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아들 셋 앞에서 경찰의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1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인종차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방문이 오히려 갈등만 더 부추기는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바이든 쪽에서는 ‘법과 질서’란 프레임 앞에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나 코로나19 확산 사태 및 수백만명의 실업을 초래한 경기 침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무력화될라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이 트럼프를 향해 “무모하게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날선 비판을 내놓은 것도 그 일환이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하고 공포의 정치로 지지자들을 선동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일정을 당겨 31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를 방문해 연설에 나서는 한편, 커노샤 방문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이민자 마을 아이들 만난 한강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 1.

이민자 마을 아이들 만난 한강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

시리아 반군 “여성 히잡 강제착용 금지” 2.

시리아 반군 “여성 히잡 강제착용 금지”

이스라엘, 아사드 정권 붕괴하자 시리아 ‘침공’…유엔 “정전 협정 위반” 3.

이스라엘, 아사드 정권 붕괴하자 시리아 ‘침공’…유엔 “정전 협정 위반”

한강 “노벨문학상, 나의 좌표 알게 된 계기…계속 글 쓰겠다” 4.

한강 “노벨문학상, 나의 좌표 알게 된 계기…계속 글 쓰겠다”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5.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