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실물 위기’로 파급, 환란·디플레이션 가능성

등록 2008-10-01 14:06

과거 미국 금융위기 극복 방법
과거 미국 금융위기 극복 방법
미국 경제 4가지 시나리오
158년 역사의 유서 깊은 금융기관인 리먼브러더스가 지난달 15일 파산을 신청했다. 2주일도 지나지 않은 26일 워싱턴뮤추얼(와무)이 ‘미국 역사상 최대의 도산 은행’이란 오명을 남기며 쓰러졌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갑론을박하는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미국 경제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여전히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과거 경제위기와 구제금융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미국의 미래는 낙관하기 어렵다.

신용위기·주택가격 급락→경기침체 가중
실물자산 현금화→달러 가치하락 ‘환란’
경기둔화→물가하락 압력 ‘디플레이션’
변화 대응능력 뛰어나 위기 극복 전망도

미국 경제의 현실부터가 매우 어둡다. 25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애초 예상치 3.3%에 못 미쳤다.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지난 17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셋째 주 실업률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고용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위기는 ‘월스트리트’(금융)에서 ‘메인스트리트’(실물)로 옮아가고 있다. 3분기 순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근 발표에서 보듯,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는 줄고 금융 비용은 불어나, 물건 살 사람은 없는데 물어야 할 이자만 높아진다. 1930년대 대공황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경제난에서 으레 등장했던 구제금융의 역사를 볼 때, 대체적으로 4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 경기침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1960년 이래 전세계에서 나타난 122건의 경기침체를 연구한 결과, 지금의 미국처럼 주택가격 급락과 신용위기가 원인일 때 침체 양상이 한층 심각했다고 발표했다. 경기침체를 겪은 뒤 해당 국가 경제는 일반적으로 2%, 심한 경우 5%가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심각한 경기침체가 나타나면 최대 6천억달러어치의 재화·서비스가 사라질 판이다. 메릴랜드대학의 카먼 레인하트 교수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경기가 침체되면 사회안전망 확충과 구제금융 실시에 따른 재정적자가 급증한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행정부는 현 위기가 낳은 적자를 떠안아, 다른 부문에 필요한 예산을 벌써부터 뺏겨버린 셈이다.

■ ‘환란’ 1997~98년 타이, 한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을 통째로 흔들었던 금융위기의 다른 이름은 ‘외환위기’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채권을 현금화하면서 급격히 달러화 자금이 빠져나갔다.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고, 해당 국가의 금융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월가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외국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나 주식 등 달러 자산을 빼갈 우려가 있다. 미국 경제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수출입 불균형의 간극은 외국 중앙은행 등의 투자가 메워 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국채의 57%, 회사채의 25%를 외국인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갑작스레 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자산을 매각하면, 달러화 가치 하락과 이자율 상승으로 미국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각국별 금융위기 비교
각국별 금융위기 비교

■ 디플레이션 과거 신용위기는 대개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돼 물가를 떨어뜨렸다. 불과 몇 달 전 기름값·식량값 급등을 걱정했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자율을 높이며 대응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이자율은 큰 도움이 못 된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장기침체 속에서 이자율을 0%까지 떨어뜨렸지만 효과는 적었다. 원자재 가격과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 둔화는 물가 하락 압력을 가중할 것이다. 돈이 필요한 일반 채무자들이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자산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높은 실업률은 침체의 신호일 수 있다.

■ 경기회복 1980년대 초의 경기침체를 끝으로, 지난 26년 동안 미국 경제는 두 차례의 이라크 전쟁과 닷컴버블 붕괴, 9·11 테러, 유가 급등 등 여러 충격적인 국면을 겪으면서도, 두 차례의 미미한 침체 말고는 심각한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미국 경제의 강점은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1년 안에 이자율을 3.25%에서 2%까지 낮추는 발빠른 조처를 감행했다. 신흥시장들과 달리 미국은 달러화가 자국 화폐인 덕에,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채무 부담이 늘진 않는 것도 낙관의 이유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