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구제금융법안의 부결 소식으로 다우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통합 아이티(IT) 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사흘째 하락한 가운데 1448.06을 기록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수출증가율 하락…‘세계경제 동반침체’ 영향 가시화
경상수지 악화→외환보유고감소→환율상승 악순환
외환보유고 감소
환율상승 악순환
경상수지 악화→외환보유고감소→환율상승 악순환
외환보유고 감소
환율상승 악순환
■ 수출둔화 가시화하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일본·유럽이 동반 경기침체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수출 전망은 어느 때보다 어둡다. 이미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수출증가율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상품수지가 28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수출증가율이 7월 32.8%에서 8월 16.2%로 하락하면서 수출 둔화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단정하기엔 이르다. 8월의 영업일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일 적기 때문이다. 일평균수출증가율은 오히려 7월의 24.9%에서 8월 26.6%로 높아졌다. 그러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증가율이 7~8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은 심상치 않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무역적자(신고 기준)가 이미 62억달러에 달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9월 무역수지 적자가 8월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몰리는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연말에는 수출 특수가 있는데, 경기 자체가 죽었기 때문에 특수가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분기 수출도 보합이나 소폭 흑자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대외수출이 둔화될 조짐이어서 한국의 대중 수출 또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0일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04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했다. 중국의 1~8월 무역흑자 규모도 153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억달러가 감소했다.
■ 환율 불안 이어질듯 수출 둔화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는 당장 외화 유동성 수급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금처럼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악화가 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8월 경상수지 악화 소식은 30일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큰 영향을 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경상수지 적자는 10억달러 이내에 그칠 것”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10월 이후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원유값 하락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이란 이유다. 하지만 원유값이 내리면서 다시 국내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경상수지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경상수지 악화는 결국 외환보유고 감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8월말 현재 외환보유고는 2432억달러로 지난 6월말에 비해 149억달러나 감소한 상황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달러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반면 어디를 봐도 외환보유고가 늘어날 곳은 없다. 경상수지 악화, 외환시장 개입 비용에다 월 30억~40억달러에 이르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출도 결국 외환보유고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를 막기 힘들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정남기 선임기자, 이용인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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