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불똥’ 덱시아 ‘다음 타자’ 거론돼
이탈리아 최대은행 유니크레디트 주가폭락
“미 은행보다 충격 흡수할 여지 적다” 우려도
이탈리아 최대은행 유니크레디트 주가폭락
“미 은행보다 충격 흡수할 여지 적다” 우려도
유럽 은행들마저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유럽 대륙이 통째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베네룩스 3국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벨기에 최대 은행 포르티스에 112억유로(19조4천억원)의 긴급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영국 정부가 모기지 은행 브래드퍼드앤빙글리(B&B)를 국유화한 데서 파장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인 29일, 독일 정부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자국 2위 부동산 금융 지주회사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이하 하이포)에 350억유로 상당의 대출 지급보증에 나섰다. 아이슬란드 정부도 결국 6억유로를 투입해 3위 은행 글리트니르의 지분 75%를 인수했다.
금융위기에서 한 발짝 떨어진 듯 보였던 프랑스에도 ‘불똥’이 튀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합작은행으로, 지방정부를 상대로 대출사업을 하는 덱시아가 다음 ‘타자’로 지목된 탓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주요 은행과 보험사 대표를 불러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결국 벨기에·룩셈부르크 정부와 함께 덱시아에 64억유로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예금 인출 사례를 우려한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자국에 본사를 둔 6개 은행의 예금을 정부가 100% 보호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각국의 잇따른 비상조처 발표에도 시장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이포와 포르티스의 경우, 구제금융 투입에도 29일 주가가 각각 74%, 24%씩 폭락했다. 비교적 건실한 모습이던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 이달 초 신주발행을 끝마친 프랑스 4위 은행 나틱시스도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유럽의 주요 금융주들이 15% 넘게 떨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따 “투자자들이 유럽 은행들도 미국 리먼브러더스처럼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2007년 이후 상각 처리된 세계 금융기관들의 자산 5540억달러 중 42%가 유럽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것이 그 근거다. 씨티그룹은 29일 유럽 은행들이 미국에 비해 이익이나 이자수익 수준이 낮다는 점을 들어 “긴장 상태나 손실을 흡수할 만한 여지가 적다”는 의견을 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유럽에서 미국처럼 금융권에 구제금융을 실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나라가 독일뿐이라고 분석했다.
각국의 자금조달 길마저 막히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30일 투자자들이 좀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나서면서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29일 채권 발행 실적이 저조했을 뿐만 아니라, 오는 2일로 예정된 프랑스와 스페인의 채권 발행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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