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주요 외국군
거세지는 철군 여론
민주당 “지금 방식 완전 실패” 압박 나서
‘본전찾기’ 위한 분할론·알박기론 백가쟁명 민주당의 의회 장악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경질에 따라, 미국 안에서 이라크 철군론이 본격적인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단계적 철군’을 부르짖은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라크 정책 변화를 요구하며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3년8개월여의 전쟁으로 황폐화한 이라크의 운명도 새 환경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민주당 ‘단계적 철군’ 밀어붙이기=의회권력을 탈환한 민주당은 곧장 이라크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원 의장 내정자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현지시각) “이라크전에서 새로운 방향을 원하는 미국민의 여론이 아주 분명하다”며 “지금 방식은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지도, 중동을 안정시키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새 의회의 개원을 기다릴 것 없이 조지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등돌린 민심에 충격받은 공화당 쪽도 방향 선회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럼스펠드 장관을 감싸던 부시 대통령이 그를 경질한 것 자체가 변화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기질상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군대를 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보 달더 수석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대외정책은 행정부의 권한이지, 의회가 통제권을 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라크 병사들이 8일 바그다드 북동쪽 60㎞ 지점의 바코우바에서 무장저항 혐의자들을 검색하고 있다. 이날 이라크군은 이 지역을 습격해 3명을 살해하고 13명을 체포했다. 바코우바/AP 연합
‘분해론’과 ‘알박기론’=백악관은 공화·민주 양당이 참여한 이라크스터디그룹이 조만간 내놓을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이 스터디그룹이 단계적 감군을 제안할 것이라거나, 국제적 협조로 이라크 종파분쟁을 해결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철군 또는 감군으로 가더라도 규모나 일정, 이라크에 끼치는 영향을 두고 복잡한 셈법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나라 기틀이 무너지고 종파간 유혈분쟁이 횡행하는데 발을 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극단적 유혈분쟁을 벌이는 시아파와 수니파는 각각 수만명씩의 무장세력을 두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군과 경찰을 합쳐 30여만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특정 종파의 조종을 받는 데다 탈영병이 줄을 잇는 ‘오합지졸’이다. 어떤 변화를 모색하든, 미국은 2800여명이 전사하고 연간 900억달러의 전비가 든 전쟁의 ‘본전’을 뽑기 위한 아이디어를 짤 것으로 보인다. 피터 갤브레이스 전 크로아티아 주재 미국 대사는 <타임> 최신호 기고에서 이라크를 북부 쿠르드족, 중서부 수니파, 중남부 시아파 국가로 3분하자고 제안했다. 1차대전 이후 현재의 이라크 국경이 그어지기 전에는 이런 구도였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르드족과 시아파 지역에만 석유자원이 집중돼 있고, 바그다드가 있는 중부지역은 시아파와 수니파가 섞여 살고 있어 되려 분쟁만 격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발을 빼더라도 석유자원을 ‘보호’하고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거점을 중심으로 일부 병력을 박아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동 유럽과 터키를 거쳐 이라크에 배치된 미군은 벨트를 형성해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할 수 있고, 중동 패권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기지는 이미 장기 주둔용으로 건설됐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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