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치권 반응
‘이라크전 설계자’인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사임 소식에 이라크 의회 의원들도 환영 목소리를 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9일 보도했다. 그를 끝을 알 수 없는 종파분쟁과 인권유린의 ‘원흉’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아파 고위 정치인인 마무드 오스만은 “(럼스펠드 장관의) 사임이 뒤늦은 감이 있다”며 “2004년 봄 아부그라이브수용소 (포로 학대) 사건 때 물러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수니파인 살레 알무틀락 의원도 “미국인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표시”라며 반겼다. 그는 “이라크에서 럼스펠드와 그의 모든 지시는 윤리와 인본적 태도에 반하는 것이었으며, 미국처럼 문명화한 나라의 정책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정부는 약체이고 시아파와 수니파의 적대가 심각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힘의 공백이 불러올 수 있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라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갑작스럽게 이라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와 미국 행정부는 최근 종파분쟁 종식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은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시아파 무장세력 해체에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린 반면, 알말리키 총리는 “나는 미국의 친구이지 하수인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달 조지 부시 대통령이 종파분쟁 해결을 위한 일정표를 이라크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알말리키 총리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해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이라크에서는 66명이 종파분쟁으로 숨지거나 숨진 채 발견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미군 해병대 병사 1명이 전사해 이달 들어 미군 사망자는 21명으로 늘었다. 이라크 의회는 2004년 11월부터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다시 30일 연장하기로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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