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3일 밤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서 가자지구를 탈출해 귀국한 브라질인 가족 32명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테러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14일 매주 소셜미디어로 진행하는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어린이와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는 테러리스트와 똑같다”며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어떤 곳에 괴물이 있더라도 어린아이들이 그곳에 가득하다는 걸 안다면, 나라면 괴물을 죽이려고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일은 안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 대해 하마스 지휘본부가 지하에 있다며 군사 작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을 포함해 1200여명이 숨진 뒤 “테러 공격”이라며 하마스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스라엘이 보복 조처로 가자지구를 군사 공격해 팔레스타인 주민 사상자가 1만1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대해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군사 보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하루 전인 13일 밤에도 수도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서 가자지구를 탈출해 귀국한 브라질인 가족 32명을 맞이하면서 “하마스가 테러를 저질렀지만, 이스라엘도 여러 가지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 전쟁과 무관한 어린아이들과 여성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브라질 내 유대인 단체가 “위험한 발언”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브라질-이스라엘 연구소는 성명을 내어 룰라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간방패로 이용하는 테러 그룹의 공격과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 대응을 같은 눈높이에 놓았다”고 맹비난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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