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스라엘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서 전기 공급 중단으로 인큐베이터에서 분리된 신생아들이 누워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등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포위 공격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 하마스가 알시파 등 가자지구의 일부 병원들을 “무기를 숨기고, 작전을 지원하고, 인질을 붙잡아두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용기에서 한 브리핑에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가 알시파 병원 등과 주변 지하 터널을 이런 목적에 쓴다는 정보를 미국이 확보했다고 했다. 또 하마스 등은 병원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무기를 갖추고 있다며, 병원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하마스의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커비 조정관과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는 알시파 병원에서 지휘통제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미국 국방부의 발표는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과 이를 부인하는 하마스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선 것이다. 커비 조정관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병원을 공습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무고하고, 힘없고, 아픈 사람들이 있는 병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알시파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포위과 관련해 “병원은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가자지구 병원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미국의 입장은 이스라엘에 주의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에 대한 군사 작전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았다. 또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며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이스라엘군의 행위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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