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뉴욕주를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인상 협상 상황에 따라 19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화상으로만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뉴욕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협상 상황 등을 봐서 가지 않을 수도 있고 화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에도 “참석 계획은 여전하지만, 확실히 이것(부채 한도 협상)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그 기간에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일본에 가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상하원 지도부와 부채 한도 인상 문제를 논의했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는 조건 없는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지출 대폭 삭감을 고집하고 있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현재 31조4천억달러(약 4경1508억원)인 부채 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이르면 6월1일에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이 막바지로 향해 가는 시점에 아시아·태평양 순방을 앞두고 있다. 그는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2일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만난다. 당일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동해 24일 쿼드(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등에서는 중국 견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이 사상 최초로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데 1주일가량 백악관을 비우는 일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하면 이후 일정도 불투명해진다.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일 정상회담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틀 연속 방일 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일단 부채 한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공화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내 정치가 주요 외교 행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는 12일 매카시 의장 등을 다시 만난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간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어디에 있든, 어디를 방문하든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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