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서울 강남 4구 등 11개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날 오후 서초구 한 부동산 앞에 한 시민이 매물 목록, 재건축 안내문 등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지 한달여만에 정부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8·2 대책에서 규제를 비껴간 지역들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신속하게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유명무실했던 ‘분양가 상한제’도 부활시켰다.
국토교통부는 5일 “‘8·2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이 빠르게 진정되고 있으나 국지적으로 시장 과열과 가격 불안이 지속됨에 다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관보에 게재되는 6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씩 적용받게 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은 10%포인트씩 더 강화된 30%가 적용되고, 실수요자(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하려는 무주택 세대)는 10%포인트씩 완화된 50%가 적용된다.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던 분당은 기존에는 기본적으로 LTV 60%, DTI 50%가 적용됐었다. 대구 수성구는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았고, 수도권도 아니었기 때문에 LTV는 최대 70%가 적용되고, DTI는 적용되지 않았다. 또 기존 ‘8·2 대책’에 준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청약규제가 강화된다. 분양권 전매 역시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로 제한된다.
이미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분당과 달리 대구 수성구는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강화된 양도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에 가산세율 10~20%포인트가 적용되고, 1주택자라 하더라도 2년 실거주 요건을 못 채우면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8·2 대책 발표 한달 만에 두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 이유는 ‘8·2 대책’ 이후 투기수요가 규제 틈새를 찾아가 시장 과열을 전이시키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8·2 대책’ 이후 확연히 진정세로 접어든 모양새였지만 유독 분당과 수성구는 시장 과열이 지속됐고, 오히려 집갑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은 대책 발표 직전인 7월 5째주 주간 아파트가격이 0.33%로 급등하던 상황에서 대책 발표 이후인 8월 첫주에는 -0.03%로 떨어져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하는 반면, 분당과 수성구는 ‘8·2 대책’ 이후에도 이전 서울집값 오름세와 같은 주간 0.3%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두 지역은 나란히 8월 종합주택가격 상승률 1, 2위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분당과 대구 수성구는 개발 호재 등이 있어 그 자체로 가격 상승 요인이 있는데, ‘8·2 대책’의 규제 강화를 비껴가면서 외부 투기수요가 유입돼 시장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개선해 사실상 민간택지에서의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켰다. 2015년 4월 민간택지에서의 분양가상한제가 ‘탄력적용제’로 개편된 뒤에는, 그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한번도 정량 요건을 충족시킨 지역이 없어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됐었다. 기존에는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0%를 초과하거나 △연속 3개월간 청약경쟁률이 20:1을 초과하거나 △3개월간 아파트거래량이 전년 동기대비 200% 이상 증가한 경우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었음에도 이런 조건은 만족되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3개월간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 △12개월 평균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1을 초과하거나 국민주택규모 이하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10:1을 초과하거나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증가한 지역의 경우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만약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되면, 일반 분양주택은 상한제 시행 이후 입주자 모집승인을 신청한 아파트부터 적용되고, 재건축 아파트 등의 경우에는 상한제 시행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아파트부터 적용된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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