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오는 9월에 나올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도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아, 이번 정부에서도 제도 도입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8·2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전·월세 대책, 임차가구 지원 등 주거복지와 관련된 정책은 9월에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길 것이지만 이번 로드맵에 전·월세 상한제 도입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수요 관리를 위한 대책이라면, 주거복지 로드맵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정책 방향성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이 끼칠 파장이 클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의 자발적 등록을 유도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주장해왔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입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해 가계(2인이상 가구 기준)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비율(RIR)이 21.5%(2015년 기준)로 급등하는 등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성이 심화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되면 임대료 상승이 억제돼 경기변동이나 주택시장 불안 때문에 애꿎은 무주택 서민이 입게 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국정기획위의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전·월세 상한제’라는 문구가 빠진 데 이어, 새 정부가 내놓을 첫 주거정책 청사진인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도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제도 도입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부는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할 경우 임대료 상승이 제한되기 전에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대폭 올려 단기간에 주거비가 폭등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도입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제도밖에 있던 전·월세시장이 제도적 관리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임대료 급등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일단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이후 등록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의무화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무화 여부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후에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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