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정부의 고강도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3일 부동산 시장은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인 채 하루 종일 술렁였다. 이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과 과천, 세종 등지 부동산 시장은 주택 거래가 ‘올스톱’됐다. 전날까지 손님들로 북적였던 재건축 단지 등의 부동산 중개업소엔 앞으로 전망을 묻는 매도·매수인들의 전화만 걸려올 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예상했지만 금융규제, 양도소득세, 분양가 상한제 등 대책이 전방위로 강하게 쏟아져나올지는 몰랐다. 집주인들 사이에선 매도 타이밍 막차를 놓쳤다며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매수자들은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6·19 부동산대책’ 이후 한달간 매매가격이 많게는 1억원 이상 올랐으나 이번 대책으로 상승분만큼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는 가운데, 3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야유회로 임시휴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소유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양도소득세 강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다. 이날부터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가 최대 50~60%까지 중과되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당분간은 거래가 중단될 게 뻔하고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보기와 가격 줄다리기가 벌어지겠지만 호가 격차가 상당히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이지만 투기과열지구에 이어 투기지역까지 지정된 노원구에서도 전화 문의가 뚝 끊겼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계동은 이른바 ‘갭투자’(매매가와 차이가 적은 전세금을 낀 주택 투자)와 함께 나중 재건축을 바라보고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는 증여도 많았는데, 앞으론 3억원 이상 주택거래 때 자금조달계획을 내라고 하니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과천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저층 아파트가 밀집한 과천시는 전체 12개 단지 중 오래전 재건축한 2개 단지(주공 3단지, 11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단지(1만여 세대)가 현재 재건축 중이거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과천시 도시정책과 김나정 주무관은 “재건축이 활발하고 분양가도 높아 이번 대책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재건축 아파트에 실거주자가 많아서인지 문의 전화가 10여통에 그치는 등 생각보다 조용하다”고 전했다. 과천시내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로선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대책으로 과천지역 부동산 시장 역시 이전보다 훨씬 냉각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날에는 9억7천만원에 호가됐던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이 7천만원 떨어진 9억원에 급매로 팔린 사례도 나왔다. 현지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제 계약 체결분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밤늦게 부랴부랴 계약금을 계좌이체해 막판 급매 계약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방에선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세종시는 재건축 단지가 아니라 새 아파트값이 급등한 곳이어서, 이번 대책으로 인한 가시적인 타격은 적은 편이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노아무개(49)씨는 “세종은 이전에도 매매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으면서 기대심리로 가격만 계속 올랐다. 이번 대책으로 가격 거품이 좀 꺼지면 오히려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지가 양호한 도담동 지역에선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호가가 5억원대다. 노씨는 “이곳은 실수요는 거의 없고 대부분 투자 목적인데, 6·19 대책 이후에 오히려 1억씩 뛰었다”고 했다.
세종시청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도 “예상보다는 조용하고 호가도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다만 “부부 각각 이름으로 세대당 2채를 분양받은 집들이 많은데, 대출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전화들이 꽤 온다. 나도 정확한 내용을 몰라서 은행에 물어봤지만 은행도 설명을 못한다”고 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세종은 세대당 주택담보대출이 1건으로 제한된다. 김씨는 “중도금 상환이나 잔금 도래일이 왔을 때도 대출이 안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과천 세종/김기성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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