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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산 불평등 심한데…금융·부동산소득 증세 미흡

등록 2017-08-03 19:03수정 2017-08-03 20:52

세법개정안 빠뜨린 3가지

근로소득 면세자 46% 대책 없고
중장기 조세정책 함께 제시 못해
이른바 ‘수퍼리치'에 대한 증세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른바 ‘수퍼리치'에 대한 증세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정부는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조세·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부자 증세’ 추진의 첫발을 내디뎠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고착화된 양극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앞선 두 보수정부에 비해 진전된 방향 설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각론에선 미흡한 대목이 적지 않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선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한 것(3억 초과 20%→25%)을 제외하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국민 1인당 2000만원까지 분리과세되고 있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안이 빠졌고, 2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있는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안도 제외됐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과세 논의도 반영되지 않았다. 소득불평등을 넘어 자산·금융 등 다중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조세의 역할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세법개정안의 증세방안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부동산, 금융자산 등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과세가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면세자 문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6.7%에 달한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이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끌어올리겠다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원을 위해 세법개정안에 월세·의료비 세액공제, 문화생활 소득공제 확대 등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정작 서민·중산층은 돌려받을 세금 자체가 없어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월세 세액공제 확대(10%→12%)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에도 포함됐지만, “(소득세를 내는) 고소득층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당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통과가 좌절된 바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3일 발간한 나라살림리포트에서 “면세점 이하인 근로소득자 하위 절반에게는 어떤 세제 감면 혜택도 불필요하다”며 “중산층·서민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려면 문화 바우처가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장기 조세정책이 함께 제시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기재부는 매해 세법개정안 발표 즈음에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을 발표해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은 국가재정운용계획과 함께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에 반드시 세법개정안과 동시에 발표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78조원에 달하는 국정과제 재원 마련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세입기반 확대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빈자리가 커 보인다.

정부는 자산과세 강화, 면세자 비율 조정 등 조세개혁 과제는 하반기 구성될 조세재정특별위원회에 미뤄둔 모양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재원의 조달 측면은 여러 국민적 공감대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조세부담률 인상과 자산세 과세 방안 등은 조세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당국에선 ‘부자 증세’를 둘러싼 갑작스런 논란에 다른 제도를 살펴볼 여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깜짝 발언이 있었던 7월20일 뒤에야 명목세율 인상을 위한 구체안이 논의됐다”며 “부랴부랴 제도를 마련하느라 다른 과제들은 살펴볼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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