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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중장기 주택공급’ 걱정보다 ‘투기심리 차단’이 먼저다

등록 2017-08-03 17:58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뒤 주택 거래가 관망세로 돌아섰다. 보유세 인상을 제외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다 꺼내든 고강도 대책이, 앞다퉈 집을 사던 투기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이번 대책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을 줄이게 되므로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단기 과제와 중장기 목표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초점이 어긋난 비판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 사기를 유도’한 정책의 후유증이 더는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져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집을 사라고 유도했다. 집값이 오르자 아파트 분양은 봇물을 이뤘다.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경제성장률 수치는 올라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컸다. 투기심리가 더 퍼지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큰 후유증을 부를 가능성이 큰 국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8·2 부동산대책을 두고 ‘중장기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한가하게 보인다.

이번 대책이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것이란 근거도 약하다. 돌이켜보면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루면서 앞으로 ‘입주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던 게 불과 얼마 전까지 일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매 분기 10만호가 넘는 아파트에 입주가 이뤄진다. 서울 강남의 경우 2015년부터 멸실가구가 크게 늘었다. 그만큼 재건축이 활발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한 공급 증가가 적지 않다. 다만,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고, 8·2 대책 영향도 있어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재건축 분양 물량 입주가 끝나는 2022년 이후 수급 전망은 정부가 따로 챙겨야 할 것이다.

주택 가격은 가능한 한 급변동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값 급등은 무주택자의 박탈감을 키우고, 거품이 커졌다가 터지면서 생기는 급락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준다. 이번에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이유를 모든 경제주체가 냉철하게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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