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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세상에… 집값이… 미·쳤·다”

등록 2006-11-03 19:00수정 2006-11-08 16:29

3일 낮 경기 구리시 토평지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부동산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10월 전국 집값 상승률은 1.3%로 3년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며, 구리시는 6.2%나 올랐다. 구리/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3일 낮 경기 구리시 토평지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부동산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10월 전국 집값 상승률은 1.3%로 3년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며, 구리시는 6.2%나 올랐다. 구리/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잠잠하던 강북 · 경기 전역 한달새 ‘억 억’
“정부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바보됐다” 분노
“이자·원금 걱정 막막…내집 꿈 접었다” 한숨
[부동산 시장 긴급르포]

회사원 민경철(가명·38)씨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1억8천만원짜리 30평대 아파트를 갖고 있다. 3년 전에 샀지만 최근까지도 별 변동이 없다. 옆자리의 동료는 석 달 전에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17평짜리 아파트를 4억5천만원을 주고 샀다. 그 아파트는 지금 5억7천만원이 됐다. 그 동료는 “다른 데보다 적게 올랐다”고 투덜댄다. 민씨 아내는 두 아이 교육 때문에 서울로 집을 옮기자고 하지만 요즘 집값으로는 최소 2억원 이상은 대출받아야 한다. 한달 이자가 100만원인데, 그 걸 갚으려면 두 아이 학원을 끊어야 한다. 민씨는 “하룻밤 사이에 천만원씩 오르는 집값을 보면 정말 황당하다”며 “내가 1년 동안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값이 지난달부터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뛰고 있다. 연말이 되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던 정부의 큰소리는 찢어진 깃발처럼 참담해졌다. 정부 말을 믿었던 사람들은 바보가 됐다.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시장으로 뛰어든다.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절망과 분노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 한달새 1억원 …“단군 이래 최대 상승”=경기도 구리시로 이사하려고 최근 부동산 업소를 둘러본 박경운(35)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한 달 사이 아파트 시세가 1억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반 년 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리시 ㄷ부동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리는 한번도 오른 적이 없었는데 한 달 사이 1억~2억원이 뛰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ㄱ부동산 이아무개 사장은 “한 달 전 3억7천만원이던 아파트가 지금은 5억원 정도까지 줘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으니 사려면 빨리 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양천구 목5동 ㅊ부동산 관계자는 “단군 이래 최대 상승”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폭등장의 특징은 서울 강남, 목동 등 기존 인기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전역이 오르고 있고, 그동안 ‘소외’됐던 서울 강북 쪽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ㅂ부동산의 김아무개씨는 “상계동이라고 만날 상계동이겠어요? 요즘 가격 좀 부를 만합니다”라고 했다. 9월부터 들썩이던 집값은 지난달 12일 판교 당첨자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25일 정부의 새도시 계획 발표가 기름을 부었다.


뛰는 집값에 새도시 발표 기름부어
더 뛸 것 같아 대출받아 집 사
사람들 ‘집 폭탄’ 깔고 사는듯

■ 대출창구 회사원들 몰려들어=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주택 담보대출 창구는 추석 이전 하루에 1~2건이던 상담 건수가 추석 이후 하루 5~7건으로 늘었다. 민병수 국민은행 과장은 “상담자 대부분이 여의도에 근무하는 집없는 회사원들”이라며 “집값이 계속 오를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대출이라도 받아서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중 대출로 이어지는 것은 하루에 1~2건이다. 집값이 너무 뛰어 필요한 액수가 크기 때문에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이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 과장은 “이번에는 기존 상승 때와 오르는 폭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희(가명·33)씨는 2주 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36평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는 “계속 기다리면 또 뛸 것 같아서 무리해서라도 사게 됐다”며 “그런데 정말로 계약한 뒤에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을 기대하며 매수를 늦추고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가세하면서 시장에는 매수자가 넘쳐나고 매물은 없다. 성남 수정구의 ㅇ부동산은 “매물은 거의 없는데 살 사람은 줄을 섰다”며 “지금 10명 정도가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 “노무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졌을 뿐이다”(한 네티즌)= 회사원 한미영(가명·32)씨는 지난 8월 서울 목동 1단지 35평짜리 아파트를 10억8천만원에 계약했다. 정부에서는 연말에 매물이 더 쏟아질 거라고 말했지만 한씨 생각은 달랐다. “내놓을 생각이 있는 사람은 7~8월에 이미 다 내놓았다. 10월 판교가 발표되면 수요자만 더 몰릴 것 같았다.” 지금 이 아파트는 13억원까지 올랐다.

목동에 소형아파트를 사려고 맘먹은 주부 김선미(가명·36)씨는 지난 8월부터 부동산 업소를 들락거렸다. 연초 4억7천만원까지 갔던 아파트가 4억3천만원까지 내려가 있었다. 정부 말을 믿은 김씨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9월 들어 4억6천만원으로 올랐고, 추석 뒤 5억1천만원으로 뛰더니 지금은 5억5천만원이다. “다들 연말에 떨어진다고 하는데 누가 연말에 내놓겠느냐”며 “정부 말을 믿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던 동네 부동산 업소의 말이 옳았다고 후회하고 있다.

정부는 8·31 대책, 3·30 대책의 효과가 연말이 되면 나타날 거라고 공언해 왔다. 이번 파동은 그나마 정부 말을 믿었던 약간의 신뢰마저 산산조각냈다. 박경운씨는 “도대체 이 정권에선 집값을 예상해서 무슨 계획을 짤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모두 폭탄을 깔고 산다=이번 집값 폭등은 집을 가진 이, 없는 이 모두 불안하게 한다. 오현석(43)씨는 “몇 해 전 분양을 받아 집 걱정은 없다”며 “하지만 이게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시방석이다. 지난달 60%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계약한 윤미경(가명·49)씨는 “언론에서 집값 하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며 “혹시 내가 상투를 잡은 것 아닌가, 집값이 폭락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계약 파기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자와 원금 상환에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집값이 빨리 올라 대출을 갚을 수 있게 되기만 바란다. 김강희(가명·36)씨는 판교 분양에서 떨어진 뒤 내집 마련 꿈을 반쯤 접었다. 김씨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평생 그 빚 갚는데 허덕일 것 같다”며 “사람들이 모두 폭탄을 돌리면서 자기 차례에서만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선희 임인택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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