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사무국에서 박상희 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마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한 이유가 뭘까요?”
경총의 한 대기업 회원사는 논란이 되는 경총 차기 회장 선출 무산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총은 지난 22일 열린 총회에서 박병원 회장 후임자를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총회에 앞서 19일 열린 일부 회장단사 모임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것으로 알려진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에 대해 일부 대기업 회원사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 회원사는 사전모임에서 차기 회장 내정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회원사 임원은 “
박병원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강해 후임자를 논의한 것은 맞지만 누구로 하자고 결론이 난 것은 전혀 아니었다”며 “일부 참석자가 박상희 회장을 추천했지만 이견이 있었고, 다른 참석자가 제3의 인물(손경식 씨제이 회장)을 추천했지만 역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모임에서
박상희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언론보도가 나갔고, 박 회장 자신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노사정 입장을 조율하는데 기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런 ‘언론플레이’에 경총 일부 회원사는 사무국을 의심한다. 사전모임에 참석했던 대기업 임원은 “비공개인 사전모임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것도 의문이지만, 박상희 회장 추대가 처음 보도된 뒤 경총 사무국이 언론의 추가 확인 요청에 대해 사실인 것처럼 말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무국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불쾌해했다.
경총 사무국의 책임자는 김영배 상근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2004년부터 14년째 부회장을 맡으며 경제단체 중에서 최장수를 기록했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경총은 비상근인 회장보다 상근인 김 부회장이 특정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경제계에는 ‘김영배 왕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또 다른 대기업 회원사는 “
김 부회장이 이번 총회에서 물러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차기 회장 추대를 주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자리보전을 위한) ‘김영배의 쿠데타’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
박상희 회장’ 추대가 불발로 끝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총은 27일 전형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은 손경식 씨제이 회장과, 현대캐피탈 회장 출신인 이계안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회장이 임명하는 상근부회장에는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이 유력하다. 손 회장이 무난한 성품이고, 이계안 전 의원과 최영기 전 원장이 모두 중도개혁 성향이라는 점에서 경총 지도부 개편에 문재인 정부의 의중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도 관심사다. 때맞춰 경제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ㅎ의원이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손 회장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안에서는 진작부터 김영배 부회장이 경총에 남아있는 한 사회적 대화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우려가 컸다.
김 부회장은 새정부 출범 직후 고용노동정책에 대해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임시방편 처방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경총은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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