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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 선진 경제·노사관계 뒤엔 노동자 경영 참여

등록 2017-02-14 19:23수정 2017-02-15 08:36

‘경제민주화의 길’ 노동이사제

독일·프랑스 등 13개국서 전면시행
스페인·체코 등 6개국은 부분시행
“노동자 경영참여기업 성과 더 좋아”
영국 총리도 지난해 총선 공약으로

“한국은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
“노동자경영참여가 경제민주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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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이 한국과 달리 노사가 협력해서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베를린에 있는 독일노총((DGB)의 프랑크 자크 국제·유럽노조정책부장은 “노동이사제를 포함한 노동자 경영 참여가 비결”이라며 “노사가 위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으로 구조조정 해법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했다.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독일 뒤셀도르프 라인반의 하이코 괴벨 노동이사도 “경영자가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모든 내용을 노동자 대표와 합의해서 결정하니까 당연히 노동자들도 찬성한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노동자 경영 참여는 일상적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 특유의 노동자 경영 참여제도인 ‘노사공동결정제’의 전문연구기관으로 유명한 한스뵈클러재단의 마틴 베렌 박사는 “주요 경영 문제는 모두 감독이사회에 보고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치는데 사회친화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에 근시안적 결정이 내려질 위험성이 낮다”며 “노사공동결정제는 기업 결정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높여주고, 노동자들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면서 내부 갈등을 줄여줘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볼보자동차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 예테보리의 앤 헤르만손 시장은 “노동이사제가 지역 내 기업들의 노사 갈등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노동자들이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경영 정보를 사용자와 공유하면서 상호 이해와 협력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긍정적 효과다.

노동자 경영 참여의 성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한스뵈클러재단의 베렌 박사는 “수출기업의 경우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기업의 경영 성과가 더 좋고 시장점유율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절반까지 참여하는 기업(2천명 이상 대기업)의 경영 성과가 노조대표가 3분의 1만 참여하는 기업(500명~2000명 규모 중견기업)에 비해 더 좋다”고 말했다. 베를린사회과학센터의 지구르트 비톨스 박사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노동이사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독일과 스웨덴 등 12개국이 노동이사제를 약하게 시행하거나 아예 시행하지 않는 벨기에·영국 등 17개국에 비해 시간당 노동생산성, 무역수지, 경상수지, 파업률 등에서 모두 뛰어나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의 지지도 압도적이다. 베렌 박사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노사공동결정제에 대한 독일 국민의 지지율이 80%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주주·노동자·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함께 존중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발달된 유럽에서는 노동자 경영 참여가 이미 대세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노조연구소 자료를 보면, 31개 주요 유럽 국가 중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나라는 19개에 달한다.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모두 노동이사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나라는 독일·스웨덴·프랑스 등 13개국이고, 공공부문 등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스페인·체코·그리스 등 6개국이다. 유럽노조연구소의 알리네 호프만 박사는 “2015년 기준으로 유럽의 5733개 기업에서 1만7442명의 노동이사가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노동자 경영 참여를 적극 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서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임명하면 노동자와 이사회 간의 정보 공유가 원활해지고 이사회 결정에 대한 집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도 적극적인 태도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노사공동결정제는 독일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7월 총선 때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럽 대륙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노동이사제를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서도 시행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럽노조연구소의 호프만 박사는 “메이 총리의 노동이사제 도입 공약은 영국의 사회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포용적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노동자 경영 참여가 활발한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비해 사회적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이 1970년대에 잇달아 노동자 경영 참여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오일쇼크 등으로 사회적 불만이 커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적 불평등 개선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핵심 과제로 꼽히는 한국에서는 노동자 경영 참여가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박태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은 “그동안 재벌대기업이 독점해온 경제적 의사결정에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시대적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헌법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할 정도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토양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헌법 119조2항에서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이사제를 통한 참여민주주의 실현은 헌법의 기본 가치와 맥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뒤셀도르프(독일)/곽정수 선임기자, 예테보리(스웨덴) 임인택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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