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생산시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감독이사회 성원의 절반이 노동이사들이다. 볼프스부르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독일은 노동자 경영 참여제도의 효시로 블린다. 노동자가 단순히 경영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노사가 회사 경영의 주요 사항을 함께 협의하고 결정하는 독일 특유의 ‘노사공동결정제’를 발전시켰다. 이는 노동이사제와 사업장협의회라는 두 축으로 이뤄진다.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감독이사회에 노동자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사업장협의회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법적 기구로 근로조건 등에 관해 노사 협의를 한다.
독일의 공동결정제 역사는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노동운동이 확산되자 1849년 1월 프랑크푸르트 의회에 공장위원회 위원의 1/3을 노동자대표로 선출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재상 비스마르크가 혁명의 예방책으로 1883년 제정한 건강보험법은 공동결정에 관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건강보험법은 노동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 노동자대표가 참여하는 건강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20세기 초 바이에른과 프러시아에서 개정된 광산법은 각각 20명, 100명 이상의 광산기업에 노동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년 11월 노사협약이 체결되면서 50명 이상 사업장에 사업장협의회가 허용됐고, 1919년 바이마르헌법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1933년 나치 정권의 등장으로 공동결정제는 전면 폐지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에 협력한 자본가들을 제어하기 위해 미국 등 점령국과 독일노조는 공동결정제 부활에 합의했다. 1951년 광산공동결정법(몬탄법)에 의해 광산·철강회사의 경우 감독이사회에 노사가 동수로 참여하게 됐다. 1952년 사업장구조법은 모든 기업에 대해 감독이사회의 1/3을 노동자대표로 채우게 하면서 사업장협의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1976년 공동결정법에서는 광산·철강부문 이외 2천명 이상의 기업에서 감독이사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다. 2004년에는 500~2천명 규모의 중견기업에서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1/3씩 참여시키는 ‘1/3 참가법’이 제정됐다.
독일노총의 프랑크 자크 국제·유럽노조정책부장은 “독일 경제는 대기업이 파시즘에 협력한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경제 분야는 여전히 사용자 중심이었다. 당시 독일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던 노조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공동결정제를 요구했다”며 노동자 경영 참여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베를린/곽정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