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대출을 고발한다
[약탈적 대출을 고발한다- (하) 법과 제도로 막자
긴 변제기간·고이자에 개인 파산·회생 어려워
‘엄청난 수익’ 금융회사 제어장치 등 마련해야
긴 변제기간·고이자에 개인 파산·회생 어려워
‘엄청난 수익’ 금융회사 제어장치 등 마련해야
미국도 ‘약탈적 대출’과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에서 2000년대 들어서 번져나간 ‘페이데이론’(pay-day loan)은 약탈적 대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국 월마트 노동자 등 저소득층은 2주에 한 차례씩 격주급을 받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소득을 전제로 100~500달러의 초단기 소액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들이 있다.
예컨대 100달러를 2주 동안 빌려주고 25달러를 떼가는데, 이는 연 이자율이 651%에 이른다. 이 업체들은 초단기 대출이란 특수성을 내세워 연방법과 주법의 금리 한도를 슬쩍 피해간다. 하지만 대출자들은 여러 개의 페이데이론으로 돌려막기를 하며 일년 내내 빚의 굴레에 묶이게 된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책임여신센터(CRL)의 올해 3월 보고서를 보면, 페이데이론을 쓴 지 1년이 지난 이들은 평균 212일을 이 빚에 묶여지냈다.
미국 사회에서 이런 약탈적 대출에 휘말린 채무자의 최종 탈출구는 ‘개인 파산’이다. 1978년 도입된 미국의 파산개혁법은 개인 채무자의 파산과 회생 신청에 우리보다 훨씬 관대하다. 빚 탕감 폭도 크고 파산자의 주택·자동차를 뺏거나 낙인을 찍어 경제활동에서 추방하는 일도 드물다. 파산을 통해 개인에게는 새 출발 기회를 주고, 금융회사에는 상환능력을 살피지 않고 돈을 빌려준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셈이다.
또 2004년 이후 페이데이론에 대한 규제도 금리뿐 아니라 연간 대출 횟수, 소득별 대출 한도 등의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추세다. 오하이오 등 16개 주가 페이데이론 이용 횟수를 연 4회로 제한하거나 이자 상한선을 연 28%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약탈적 대출’이 만연한 상황에서 파산·개인회생 절차의 접근성을 높이고 법정 이자 한도를 낮추어 빚의 굴레에 묶인 가계를 구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득별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 담보만으로 대출을 해주거나 돈을 빌려준 뒤 원금 회수는 제쳐두고 엄청난 고리의 이자와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얻는 금융회사의 ‘약탈적 대출’에 대한 제어 장치를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산법과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 등이 추진돼 왔지만 아직 통과된 법안은 없는 상태다. 우제창 의원(민주당)은 “현 정부는 약탈적 대출이란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데다 대출에 규제를 가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장 파산법은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한 채무자한테 지나치게 가혹한 변제 의무 기간을 부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은 길면 5년, 보통 3년 정도만 소득의 일정액으로 빚을 갚으면 회생이 끝나는데 우리는 길면 8년, 보통 5년씩 변제를 해야 한다”며 “미국에선 지나치게 긴 변제 의무 기간은 노예제도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파산·개인회생 신청이 연 160만건을 넘어선 반면, 우리는 지난해 개인파산 8만4726건, 개인회생 4만6972건으로 모두 13만여건에 그친 상황이다.
법정 이자 상한선도 논란거리다. 현행법은 금융회사 대출의 이자율은 대부업법으로 최대 44%, 사채 등 사인 간 거래는 이자제한법으로 최대 30%를 인정해준다. 이는 일본 20%, 중국 20~30% 등 이자율이 대개 30%를 넘지 않는 외국보다 10~20%포인트 이상 높아 정부가 고리대금업을 용인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이자율이 30%가 넘어가면 일반적인 개인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약탈적 대출을 억누를 파산과 이자 상한선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가계가 빚의 굴레에 갇혀서 우리 경제가 완전히 활력을 잃어버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세라 김지훈 기자 seraj@hani.co.kr
금융소비자협회, 에듀머니, 참여연대, 신용불량자클럽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청 설립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제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개인 파산 신청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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