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건전성 규제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를 분리한 나라들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관 설치안 힘얻어
미국도 서브프라임 사태뒤 독립기구 신설
미국도 서브프라임 사태뒤 독립기구 신설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해온 것이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드러남에 따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을 중시하는 만큼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금융기관이 고위험 금융상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회사의 방만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반성으로 2010년 7월 ‘도드-프랭크 법안’을 만들어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독립기구화했다.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네덜란드는 금융위기 이전부터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영국도 2012년부터 금융청(FSA)의 기능을 분할해 건전성 감독은 영란은행 산하 건전성감독원(PRA)이 하고, 소비자보호와 불공정거래는 각각 영업행위감독원(FCA)과 경제범죄조사기구(ECA)를 설립해 맡기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나라당 김영선·권택기 의원이 2009년 말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관련 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체계에 혼란을 주고 금융회사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금감원과 민간 금융회사들이 반발하자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만약 우리나라에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가 있었다면, 저축은행이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고위험 상품인 후순위 채권을 서민들에게 마구 팔아넘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펀드나 보험, 증권 등 복잡한 금융상품에 의존해 가계를 꾸리는 인구가 늘어났다”며 “이런 금융상품들을 규제하기 위한 별도의 독립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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