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회원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유명브랜드의 빵집 때문에 동네 빵집들이 고사하고 있다. 유명브랜드의 제과점에서 빵을 할인까지 해주는 통에, 한 자리에서 빵집 주인의 이름을 걸고 영업해온 동네 빵집들이 하나둘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동통신사와 제휴한 브랜드 빵집 체인점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하고 있을까? 최근 극장가에서 벌어진,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제휴 서비스 논란을 계기로 브랜드 빵집들의 ‘제휴마케팅 현실’을 살펴봤다.
‘동네 빵집’들은 이통사의 제휴마케팅에 고사 위기에 처한 게 맞지만, 그렇다고 유명브랜드 빵집들이 ‘땅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빵집 주인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통사, 애초 할인금액의 40% 부담하다 대부분 빵집에 떠넘겨
극장과 이동통신사간의 멤버십 제휴 할인 서비스가 비용분담 이견으로, 7월1일부터 중단된 가운데 프랜차이즈 제과점 점주들 사이에서도 이통사 횡포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크라운베이커리 등 유명제과점 점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 3월부터 20%에서 최대 40%에 이르던 할인이 10%로 줄어들었지만 제과점이 부담해야 하는 할인액 비율은 오히려 늘어났다. 빵값 20% 할인 당시 이통사들은 할인액을 빵집 가맹점과 분담했다. 애초 이통사는 할인금액의 30~40% 정도를, 나머지 60~70%를 제과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가 부담했지만, 현재 이통사가 부담하는 비중은 총 할인금액의 10% 정도다.
이통사들은 할인금액을 축소하면서 “멤버십카드 소지자의 프랜차이즈 제과점 이용비율이 높고, 매출 증대에 효과가 많다”는 논리로 할인금액 거의 전액을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본사와 점주에게 떠넘겼다. 이 할인율은 제과점쪽이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 대체로 절반씩 부담하고 있는데, 이익률 30%가 수입원인 제과점주들은 5% 할인액 부담은 지나친 ‘출혈’이라고 주장한다. 이통사의 일방적인 ‘횡포’라는 게 점주들의 목소리다.
제과업체 “30% 마진율에 5% 멤버십 할인하라니” 불만
SK텔레콤과 제휴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파리바게뜨는 10% 할인금액에 대해 이통사가 전혀 부담하고 있지 않다. 대신 파리바게뜨 본사와 매장이 각각 5%를 부담한다. KTF와 LG텔레콤은 10%의 할인금액 중 10%포인트인 1%를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 9% 할인액에 대해 뚜레주르는 본사와 매장이 절반씩을 부담한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크라운베이커리는 SK텔레콤과 KTF와 가맹계약을 맺고 있는데, 양 통신사가 부담하는 비율은 없으며 본사 3%, 매장 7%씩을 부담하는 구조다.
브랜드 빵집의 경우 본사와의 가맹점 계약을 통해 점주가 갖게 되는 수익은 제품구입비 등 70%를 본사에 입금하고 나면, 판매액의 30% 수준이다. 점주들은 30% 마진으로 인건비와 전기·수도 등 운영비, 재고품 처분이나 인테리어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여기서 남은 이익이 순수한 매장 주인의 몫으로 떨어진다. 예를 들어, 매장이 2만원짜리 케익을 팔았을 때 1만4000원을 본사에 제품구입비로 입금하고 나면, 매장의 이익은 6000원 정도다. 하지만 이통사 가입고객이 10%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경우 매장 이익은 5000원으로 줄어든다. 체인 제과점 점주들은 “이통사 고객 할인에다 신용카드 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이익률이 20% 안쪽까지 떨어진다”며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 재고나 운영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이통사와의 제휴는 ‘제살깎기’이자 울며 겨자먹기 식의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빵집 “할인서비스 우리가 하는데, 왜 생색 못내나?
제과점 점주들의 불만은 “할인은 우리가 하는데, 이통사가 모든 생색을 내고 있다”는 구조적 모순에서 시작한다. 더구나 점주들은 할인서비스 당사자가 할인 주체로 ‘자신’을 전혀 내세울 수 없으며, 할인 혜택으로 인한 이미지 개선이나 단골 확보 등의 프리미엄도 챙길 수 없다. 서울에서 크라운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고객들은 이통사가 할인액을 당연히 부담한다고 믿는다”며 “이통사 할인에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내면 10% 가까운 금액이 마진에서 빠지기 때문에 매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많이 사는데, 서비스 없냐?’, ‘내 마일리지 써서 할인받는데 왜 너희가 생색을 내느냐?’는 둥 이통사 카드 소지자들은 빵값할인이 정당한 권리임을 주장하고 있다”며 “할인서비스를 우리가 하는데도 생색을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으니 억울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과점이 할인서비스를 한다고 홍보만 해줘도 좋겠다”며 “이통사들이 막대한 회원수를 내세워, 제휴 마케팅에 참여한 가맹점들을 폐업과 도산 등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크라운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한때 “제과 할인은 이통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과점이 부담하고 있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붙여놓기도 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떼어버렸다. 그는 “할인율 20%일 때는 점주 부담이 5%였고, 본사와 이통사가 8%, 7%를 냈다”며 “할인율을 10%로 내리면서 이통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쏙 빠져버렸는데, 이는 통신사가 애초 주장하고 있는 제휴 마케팅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생각해 붙였는데 오히려 고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마일리지 금액을 차감하면서 할인액을 이통사가 부담하지 않는 것은 이통사 카드 소지자를 우롱하는 것이며, 막대한 회원을 내세워 중소업체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이통사의 두 얼굴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제과점에서 할인받는 금액 대부분을 본사와 점주가 내는데도 이통사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떠벌이는 것은 상도의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할인액 부담 정당”
크라운베이커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매장 이미지.
사정이 이런데도 점주들은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 멤버십카드 소지자의 제과점 이용률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고객 감소가 뻔한 데댜 회원수가 2000만명에 육박하는 SK텔레콤과의 제휴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빵값할인을 전담하더라도 ‘이통사와의 제휴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KTF와 LG텔레콤과 제휴하고 있는 뚜레주르나 SK텔레콤과 KTF와 제휴하고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점주들 사이에서는 이통사가 할인액의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멤버십 제휴 자체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6월말까지 이통사 가입자는 SK텔레콤 1998만4106명, KTF 1263만3744명, LG텔레콤 676만4638명이다. 크라운베이커리 한 점주는 “신세대에게 어필하는 제품과 15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빠리바게뜨와 달리 크라운베이커리는 매장수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 제품의 디자인이나 점포 위치 등에서 빠리바게뜨에 밀려 이들 통신사와 제휴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이통사가 제휴서비스 취지에 맞게 할인액의 일부를 분담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폭넓은 제휴로 고객의 마일리지 이용도를 높이는 수준높은 서비스를 도모한다지만, 가맹업체의 출혈을 강조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구조적인 불합리함 때문이다. 서울에서 뚜레주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이통사들이 마일리지 차감을 하기 때문에 마일리지 차감에 따른 비용은 이통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한달 마일리지 카드 할인으로 300만~400만원의 수익이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통사, 회원 마일리지는 깎고 빵집에 ‘고객 몰아줬으니 할인금액 전담하라’
같은 지역에 있는 뚜레주르 매장의 한 점주도 “통신사가 서비스 차원에서 멤버십카드를 지급해 놓고, 제과점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다. 왜 본사에서 제휴할인 서비스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할인은 제과점쪽에서 해주면서도 생색을 내지 못하는 이통사 제휴를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뚜레주르 자체적으로 가격할인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에서 크라운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도 “이통사들은 할인율을 10%로 내리면서 고객에게는 자영업자의 반발과 공정위 제재를, 할인비용에 대해서는 제과점에 떠넘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셈”이라며 “장기적으로 극장들처럼 프랜차이즈 제과점 업계가 이통사의 횡포에 한 목소리를 내어 제휴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브랜드 자체적으로 할인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주위에 커다란 경쟁사 매장도 있고, 우리 매장이 협소한 편이지만 손님이 많이 드는 것은 고객이 많은 SK텔레콤과 제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통사가 할인액을 부담하지 않고, 제과점이 실질적인 할인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휴서비스가 중단될까봐 걱정”이라고 현실을 전했다.
“이통사-제과점 할인서비스 중단, 아직은 글쎄…”
제과업계 본사도 이통사와의 멤버십 제휴가 불공정한 거래이며, ‘독이 든 사과’를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제과점 간의 제휴서비스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이를 개선할 움직임은 현재까지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마일리지 카드 이용고객이 50%를 상회하면서 이들이 마케팅에 미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할인액은 20%에서 10%로 축소하면서,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 제과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3월 할인율을 10%로 내리면서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크라운베이거리 등이 이통사와 할인율을 나눠 부담하는 쪽으로 재계약하자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지만, SK텔레콤과 계약하고 있는 파리바게뜨쪽에서 이통사 부담을 없애는 쪽으로 계약을 하면서, KTF와 LG텔레콤과 제휴하고 있는 나머지 업체들도 이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 최대 40%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큰 피해를 겪은 자영 제과점들도 생존권 싸움을 벌였다.
뚜레주르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10% 할인액 가운데 1%만을 이동통신사가 부담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SK텔레콤과 재계약 과정에서 전액 부담키로 하면서 다른 회사들도 이 안을 수용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 할인할 때만 해도 통신사가 할인액의 30~40% 가량을 부담했는데, 현재는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부당한 조건에 재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일리지 할인을 우리쪽이 부담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되지만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들이 시장 점유율과 매출 등에서 경쟁하는 속에서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통사들의 가맹점 옥죄기가 계속된다면 제과업계도 내년 재계약 시점이 됐을 때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크라운베이커리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이통사와의 거래내역은 영업비밀로,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경쟁사들의 계약관계는 거의 같은 수준일 것”이라며, 사실상 이통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전무하거나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제과점업계, 공정거래위 제소했다가 ‘취하’
프랜차이즈 제과점 점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통사의 불공정한 ‘멤버십 제휴할인’ 서비스나 마일리지 축소 등을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이통사의 카드 마일리지 서비스(보너스 포인트)를 ‘준 화폐’로 보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핵심내용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에는 마일리지 카드를 발행하거나 관리할 때는 의무적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어길 경우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카드 마일리지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축소 또는 폐지하지 못하도록 금융감독당국이 관리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카드 이용자가 현금으로 마일리지를 구입하지 않았거나 해당 카드업체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통사를 포함한 카드 마일리지 서비스 업체는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또 지난해 중소 제과점 업계가 SK텔레콤과 파리바게뜨의 할인 제휴를 공정거래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소했으나, 할인율을 줄이고 제휴 서비스에 이들도 참여하기로 합의하면서 고소를 취하하면서 공정위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과업계가 제소 자체를 취하해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 자체가 중단됐다”며 “현재로서는 조사 또는 규제할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멤버십 제휴를 하는 상황에서 가맹점은 고객의 유인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혜택이 있고, 그만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통사가 할인액을 부담하지 않아도 윈-윈 전략에 부합하다”며 “제과점의 경우 10%로 할인율을 인하하면서 제과업계가 그 금액을 부담하지만, 고객 유치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수용한 것 아니겠느냐. 할인액을 떠안으면서까지 제휴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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