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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4년전 자료 재탕해 법인세 감세…대기업은 투자 축소 ‘엇박자’

등록 2022-07-21 18:31수정 2022-07-22 10:48

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0.01% 대기업’ 감세
감세액 대기업 4.1조원, 중소·중견기업 2.4조원
정작 대기업은 투자 재검토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윤석열 정부가 21일 발표한 첫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대기업 감세다. 개편안의 가장 첫머리에 있고 감세액도 연간 4조1천억원으로 가장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며 “(이번 감세는)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 여력을 키워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인세는 과세표준(기업 순이익에서 비과세 소득·공제 등을 제외한 금액)별로 4개 구간을 나눠 세율 10~25%를 적용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를 대기업 2개 구간과 중소·중견기업 3개 구간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과표 3천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 중인 최고세율 25%는 22%로 인하하고,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과표 2억∼5억원 구간의 세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출 방침이다. 지난 정부에서 인상해 2018년부터 적용한 법인세 최고세율이 5년 만에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번 감세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현대차 등 현재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소수의 대기업이다. 최고세율 적용 대상인 과표 3천억원 초과 법인 수는 2021년 기준 103개다. 전체 법인세 신고 기업 약 90만개의 0.01%다.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한 분야의 대기업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도 기존 6%에서 중견기업과 같은 8%로 높이기로 했다. 국내외 자회사의 모회사 이익 배당금에 붙는 세금 감면을 확대하고, 재계 쪽에서 요구한 투자·상생 협력 촉진 세제 폐지, ‘일감 몰아주기 과세 합리화’ 등도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재부는 이번 감세로 대기업이 내는 세금이 연간 4조1천억원, 중소·중견기업 납세액은 연간 2조4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감세 근거와 기대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2%보다 높고 과세 구간도 많다는 점을 개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각종 공제·세금 감면을 적용받고 실제로 부담한 법인세 실효세율(이하 신고기준)은 2019년 19.1%에서 2020년 17.5%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특히 기재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투자 확대, 제품·서비스 가격 인하, 배당 확대,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로 2008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를 제시했다. 14년 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감세 추진에 활용한 자료다.

최근 경제 여건 악화로 대기업들이 투자 재검토에 착수한 것도 감세 효과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최근 충북 청주의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한 게 대표적이다. 경기 불확실성 탓에 깎아준 세금이 기업 안에 유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는 거시경제 상황, 개별 기업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법인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력한 싱크탱크 ‘레절루션 재단’ 대표인 토스텐 벨은 최근 영국 총리 후보자들의 감세 공약을 비판하며 “감세는 느린 성장과 정체된 임금을 해결할 답이 아니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위기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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