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세제 개편안을 소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올해 들어 주식시장 약세로 투자자들이 속을 끓이고 있지만, 큰손(대주주)과 개미(소액주주)의 사정은 좀 다르다. 정부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소액주주도 부담하는 주식 거래세 인하엔 속도 조절을 하기로 해서다.
21일 공개한 세제 개편안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등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확 풀어주기로 했다. 지금은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을 포함해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원 또는 지분율 1%(코스닥은 2%)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분류한다. 그러나 앞으론 본인이 보유한 주식이 종목당 100억원 이상인 투자자만 양도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주식 보유액 계산 때 다른 사람 지분을 합치지 않고 지분율 요건도 없애는 셈이다. 기재부는 “대주주 판정 때 본인 지분만 보기로 한 건 현재의 합산 과세가 가족 등 친족 관계가 변화한 현실에 맞지 않고 과도한 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 때문”이라며 “지분율 기준의 경우 각자 주식 보유액이 같아도 기업 규모에 따라 지분율이 차이가 나 과세 여부도 달라지는 문제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원래 내년부터 대주주가 아니어도 주식 거래로 번 돈이 연 5천만원을 넘으면 누구나 양도세를 물리려 했다(‘금융투자소득세’).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 탓에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025년으로 2년 미루고, 기존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수도 크게 줄여 양도세를 대폭 축소하는 효과를 끌어냈다. 기재부 쪽은 “대주주 기준 완화로 주식시장으로 신규 자금 유입을 유도해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애초 내년 양도세 전면 과세 시행에 맞춰 증권 거래세를 0.23%에서 0.15%로 인하하려 했으나, 과세 시기가 미뤄지며 0.2%까지만 낮출 계획이다. 2025년 이후에는 0.15%로 인하한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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