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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으하하하” 김태리…‘나희도, 너를 가져야겠어’

등록 2022-04-05 16:32수정 2022-04-06 10:08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역 배우 김태리
“대본 보며 닮았다 생각…희도를 내 안에서 끄집어내”
펜싱훈련만 5~6개월, 김태리-남주혁 호흡이 작품 살려
사진 매니지먼트mmm
사진 매니지먼트mmm

‘나희도’ 역할을 어떻게 연구했을까? 지난 3일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티브이엔)를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이 질문은 그를 보자마자 쏙 들어갔다.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호탕한 웃음소리에 뭔가 신난 듯 들뜬 분위기까지. 김태리 자체가 `나희도'였다.

“으하하. 저 원래 이래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오전에는 이것보다 ‘텐션’이 세배는 더 높았다는 사실. 으하하. 작품 끝나고 인터뷰 하는 이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잖아요. 이 말을 하고 있으면 다음 말이 빨리 하고 싶어서 엄청 급해지고, 그래서 더 흥분하고. 으하하.”

“넌 늘 나를 웃게했다”던 ‘백이진’(남주혁)의 마음이 이랬을까. 김태리의 웃음소리에 같이 웃게 되고, 그가 양손으로 긴 머리를 잡고 흔들 때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난다. 텐션이 ‘급폭발’할 때면 그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며 진정시켜주고 싶어진다. 사랑스러운 나희도, 아니 김태리다. 

“대본을 보면서 희도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음. 뭘하든 진심인 것? 전 거짓말, 가짜, 가식 이런 걸 싫어해요. 부드럽게 포장해서 얘기할 수도 있지만 생각 자체를 ‘척’하며 꾸미는 것도 싫어하죠.” 나희도 역시 백이진한테 “너를 가져야겠다”고 고백하는 등 솔직함이 매력이다.

사진 매니지먼트mmm
사진 매니지먼트mmm

“펜싱이 너무 힘들었다고 솔직할 수 있었던 것도 진심으로 훈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태리는 펜싱 스타 나희도가 되려고 5~6개월간 하루 약 2시간 훈련했다. 배우가 극 중 직업을 연마하는 건 당연한데, 김태리는 ‘정도’를 넘어섰다. 남주혁이 “대회에 나가는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공중에 던진 사과를 펜싱검으로 단번에 찌른다.

“펜싱을 보여주기 식으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진짜 몸이 바스라지게 노력했어요. 몸은 너무 아팠지만 그만큼 매력있었어요. 제대로 소개해서 사람들이 펜싱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한쪽 팔에 근육이 붙는 등 몸의 변화가 느껴지면 더 신나서 열심히 했다”며 텐션이 `업'됐다. “역할 때문에 다양한 운동을 접할 때마다 ‘어렸을 때 시작했으면 선수해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랬으면 전 지금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있을 걸요. 으하하.”

이쯤되면 작가가 아예 김태리를 모델로 나희도를 구축한 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희도는 밝고 건강하고 누구의 도움이 없더라도 잘 살아갈 완벽한 친구에요. 희도처럼 나를 절제할 필요 없이 감정을 느끼는대로 표현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희도는 자격지심도 없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아이다. 비난을 당하면 '왜 나를 비난해?'라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근데 이건 이렇지 않아?'라고 얘기를 던지는데, 난 나의 잘못을 심하게 찾고 땅굴을 판다"며 희도의 그런 점은 닮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매니지먼트mmm
사진 매니지먼트mmm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4회까지 풋풋했던 청춘과 사랑이 펼쳐졌고, 15~16회에서 백이진과의 이별이 빠르게 지나갔다. 시청자들은 예상과 다른 결말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14회가 끝나고 지난 30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13회 기준으로) 두 사람이 이별한 건 슬프다는 것외에는 결말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했다. “시청자들 중에 진짜 똑똑하신 분들 많은 거 같아요. 모두 보조작가로 영입해야 해요.”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청춘의 얘기와 함께 나희도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두고 시청자들이 신문에 깨알같이 나온 글씨나 딸 방의 소품을 갖고 온갖 추리를 하는 등 한편으론 ‘함께 보는’ 재미를 줬다. 김태리는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가볍고 발랄하고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드라마에 목마르셨던 것 같다. 겨울에 방영했는데 파릇한 여름의 느낌을 보여줘 힐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또 하나 증명해 준 건 김태리라는 배우의 소중함이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데뷔한 이후 <1987> <리틀 포레스트> 등을 거쳤다. 드라마는 2018년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인기보다는 연기에 집중해 다작을 하지 않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공했다. 겹치는 캐릭터도 없이 매번 다른 김태리는 선보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김태리와 남주혁의 호흡이 아니었더라면 다소 유치한 이야기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모든 역할을 `나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기 보다는 내 안에서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본 선택력도 좋다. 그는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을 선택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순간에 좋은 작품이 와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도 영화 <외계+인> 촬영을 끝내고 쉬지 않고 일하고 싶을 때 만났기 때문에 희도가 될 수 있었다. “만약 힘들고 지쳐 일하기 싫었다면 희도를 만나지 못했겠죠.” 그는 이 드라마로 “나한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로맨틱코미디가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는 장르라는 걸 배웠다"며 또 "으하하하하" 웃었다. 

사진 매니지먼트mmm
사진 매니지먼트mmm

해맑게 웃다가도 펜싱검만 손에 쥐면 눈빛이 바뀌었던 희도처럼, 김태리의 청춘도 꿈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연극을 시작했을 때가 스물하나 즈음이었고, <아가씨>를 찍었을 때가 스물다섯즈음이었다. 열아홉살땐 친구와 김밥을 나눠 먹으며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했단다. 희도에게 펜싱이 전부였듯이 김태리에겐 연기가 전부였다. 희도가 그랬듯이 그도 2학년 때부터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에 매진하며 때론 좌절하고 기뻐하고 노력하고 버티며 지금의 김태리로 성장했다. 그는 이 드라마로 버티는 것의 위대함이 무엇인지 알게됐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청춘들에게 말했다.  “뭔가 힘들어서 버텨내는 것만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정말 위대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내려놓는 것을 창피해 하지 말아요. 버틴다는 것이 훨씬 위대하니까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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