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
참여정부를 수학공식으로 표현한다면 (상인정신+낭인정신)×천민자본주의-농민의 정성
이를 푸는 해법은 너그러운 촌부를 건교부 장관으로 모시거나 지혜로운 농민을 총리로 모셔야 한다
지혜로운 농민을 총리로 모셔야
이를 푸는 해법은 너그러운 촌부를 건교부 장관으로 모시거나 지혜로운 농민을 총리로 모셔야 한다
지혜로운 농민을 총리로 모셔야
여기는 명랑국토부
경제학의 여러가지 사조를 역사적 출현 순서대로 보면, 장사의 정신인 중상주의가 제일 먼저 등장했고, 농업의 정신인 중농주의와 생산의 정신인 고전학파는 거의 동시에 등장하였다. 프랑스 혁명의 정신적 대부 미라보까지 이어지는 중농학파의 창시자 케네와 고전학파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는 동시대에 활동하였다. 긴 마차여행 와중에 국부론을 저술하던 스미스가 파리를 방문하였을 때 과연 케네를 만났는지, 그리고 만약 만났다면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하였을지가 경제학설사에서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고전학파와 중농학파의 공통점은 상품의 ‘본질’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경제학은 진실에 관한 학문이라는 과학적 사유를 하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만 아담 스미스는 이 본질이 분업에 근거한 노동이라고 생각하였고, 왕궁 의사였던 케네는 농업의 생산물 즉 자연에서 온다고 한 점이 다르다. 이러한 후대의 경제학과는 달리 중상학파들은 생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다만 무역을 통해 ‘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군주의 힘을 기르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현재의 보호무역에 대한 사상적 뿌리는 그래서 아담 스미스나 데이빗 리카아도와 같은 고전학파 경제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윌리암 페티나 콜베르와 같은 중상학파의 배금주의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들은 그 유명한 ‘골프장 300개’를 만들겠다는 이헌재 전 부총리의 한국형 뉴딜부터 한미 FTA에 이르기까지 경제사상으로는 중상주의 전통에 가깝다. 중상주의 사상에서는 농업의 의미든 산업의 의미든 생산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고 ‘장사만 잘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교환의 원칙만이 강조되고, 경제 변수 중 가장 종단에 있는 금, 화폐량, 그리고 국민소득 같은 개념이 전면에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 같은, 나름대로는 자체적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상이 아니라 순수한 중상주의에 더 가깝다.
여기에 민주화 전면에 참여했던 이유로 오랫동안 낭인생활을 할 수밖에 없던 민주화 시대의 아픔이 슬픔처럼 관여하게 된다. 10년 동안 경제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이 ‘코드인사’를 통한 낙하산으로 공기업과 정부기관에 뿌려지면서 사실상 ‘표가 제일이다’는 정치 낭인정신이 결합하게 된다. 물론 정치에는 표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유럽의 그 어느 좌파 정당이나 우파 정당도 표만을 생각하면서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는 그들에게는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이념이 있고, 정책은 그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참여정부 내내 만들어냈던 정책들은 사실상 표를 위해서 했던 정책에 가깝다.
행정수도와 혁신도시와 같이 지방에 흩뿌려주었던 정책들이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와 같이 균형개발특별회계를 통해서 나눠먹기로 진행된 대부분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표심’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어떠한 본질도 발견하기가 어렵다. 진정한 정치는, 그것이 비록 우파 혹은 극우파의 정책이라도 가장 순수한 원형에서는 ‘이념적 유토피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참여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에서 그 어떤 유토피아의 흔적도 발견하기 어렵다. 도로와 신도시건설 그리고 골프장 건설과 새만금에 이르기까지 말초적인 방식으로 ‘표’와 관련되지 않은 정책은 거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도로 증폭시킨 것은 한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압축성장이 만든 비애, ‘천민자본주의’이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정부나 정치는 염치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성인오락실과 카지노 혹은 골프장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온 국토를 투기장과 오락실로 바꾸는 것은 극단적인 천민자본주의가 중상주의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회에게, 좌파나 우파에게 천민자본주의는 중독과 마찬가지이다. 논쟁과 사상이 사라진 빈 공간을 메운 천민자본주의의 시대정신이 참여정부의 시대를 지배했던 정신이다.
여기에 마지막 요소가 하나 추가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만고진리의 ‘법칙’을 믿는 과학정신은 한편 농업의 정신이기도 하다. 참여정부는 소위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통해서 6헥타르 즉 18,000평의 대규모 농민 일부를 남겨놓고 국민의 6% 정도를 농업에서 철수시키고, 119조원을 이 철수계획에 10년간 사용하는 것을 정부 운용의 기조로 삼고 있다. 6%의 농민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이제 우리는 한미 FTA로 선진국이 될 것이므로 농업 따위는 필요 없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한국 현대사에서 엄연히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대한민국 농민들의 정성이 이 시대에 지워져버렸다. 자신의 노력과 정성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이 시대에 ‘바보 같은 생각’으로 천시받고 있다. 시대는 “돈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는 16세기 중상주의로 달려가고 있고, ‘우리는 3만불 시대로 간다’는 노무현 시대의 정치인들의 말을 보면서 수학공식이 하나 생각났다. (상인정신 +정치 낭인정신)×천민자본주의 - 농민의 정성 = 참여정부 시대, 중농주의와 한탕주의 그리고 천민자본주의가 만개하고 있고, 농민의 정성 위에 세웠던 한반도의 전통과 문화는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 조금 나아지고 싶다면 정성으로 농사짓던 너그러운 촌부를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모시기 바란다. 많이 나아지고 싶다면, 지혜로운 농민을 총리로 모시기 바란다. 시대, 그 어느 때보다 농민의 정성과 지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최소한 국토는 살아날 것이고, 경제도 상식 선에서 건전해질 것이다. 지나친 상인정신은 이 구조에서 결국 국민들을 죽일 뿐이다. 건전했던 시대의 끝, 반도의 몰락, 그래서 ‘해저 2만리’가 된 ‘바다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삼고초려로 정성스러운 농민들을 귀한 자리에 모시기 바란다. 그게 이 방정식의 유일한 해법이다. 결국 중상주의일 뿐인 천박한 세련됨은 시대의 독극물일 뿐이다.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
여기에 마지막 요소가 하나 추가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만고진리의 ‘법칙’을 믿는 과학정신은 한편 농업의 정신이기도 하다. 참여정부는 소위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통해서 6헥타르 즉 18,000평의 대규모 농민 일부를 남겨놓고 국민의 6% 정도를 농업에서 철수시키고, 119조원을 이 철수계획에 10년간 사용하는 것을 정부 운용의 기조로 삼고 있다. 6%의 농민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이제 우리는 한미 FTA로 선진국이 될 것이므로 농업 따위는 필요 없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한국 현대사에서 엄연히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대한민국 농민들의 정성이 이 시대에 지워져버렸다. 자신의 노력과 정성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이 시대에 ‘바보 같은 생각’으로 천시받고 있다. 시대는 “돈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는 16세기 중상주의로 달려가고 있고, ‘우리는 3만불 시대로 간다’는 노무현 시대의 정치인들의 말을 보면서 수학공식이 하나 생각났다. (상인정신 +정치 낭인정신)×천민자본주의 - 농민의 정성 = 참여정부 시대, 중농주의와 한탕주의 그리고 천민자본주의가 만개하고 있고, 농민의 정성 위에 세웠던 한반도의 전통과 문화는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 조금 나아지고 싶다면 정성으로 농사짓던 너그러운 촌부를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모시기 바란다. 많이 나아지고 싶다면, 지혜로운 농민을 총리로 모시기 바란다. 시대, 그 어느 때보다 농민의 정성과 지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최소한 국토는 살아날 것이고, 경제도 상식 선에서 건전해질 것이다. 지나친 상인정신은 이 구조에서 결국 국민들을 죽일 뿐이다. 건전했던 시대의 끝, 반도의 몰락, 그래서 ‘해저 2만리’가 된 ‘바다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삼고초려로 정성스러운 농민들을 귀한 자리에 모시기 바란다. 그게 이 방정식의 유일한 해법이다. 결국 중상주의일 뿐인 천박한 세련됨은 시대의 독극물일 뿐이다.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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