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개발만큼은 박정희보다 고수인 노무현 설악산, 한라산 모두 개발되고
자신을 지켜낸 산은 지리산밖에 없다 하지만, 남은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을 지켜낸 산은 지리산밖에 없다 하지만, 남은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여기는 명랑국토부
대학시절에 이미 지리산 노고단까지 도로가 뚫렸다는 얘기를 하면서 혹시 나중에 일본군이 다시 쳐들어오면 이젠 어디에서 독립운동을 할 것인지 같은 농담 같은 얘기들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전두환 시절의 일이다.
노무현 정부 첫 해에 ‘국토생태’라는 개념이 과연 학문적으로 성립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었다. 출범하자마자 작심한 듯 온 국토를 파헤치기 시작한 현 정부의 ‘공포의 백 드래프트’는 탄핵 이후 다수당이 되면서 절정에 이르렀고, 그야말로 386 민주투사들이 어떻게 지역토호의 앞잡이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중남미 민중수탈사가 눈 앞에 화려하게 펼쳐졌다.
처음에는 국토면적의 70% 정도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추정을 해보았는데, 현재의 변화들을 반영한다면 장기적으로는 30% 선이 지켜질지 않을지가 간당간당한 상태다. 물론 여기에는 농지를 생태계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지킬 곳은 지키고, 나머지 지역은 확실히 개발하자”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는데, 이 한 마디가 사파의 초절정 초식이었던 셈이다. 박정희의 그린벨트가 이런 구호 앞에서 단 1초식만에 무너졌다. 개발만큼은 노무현이 박정희보다 여러 수 고수였다.
농지는 골프장한테 밀렸고, 갯벌은 균형개발의 구호 앞에 밀렸다. 녹지등급도 기준으로 지킬만한 곳도 좀 있기는 했었는데, 개발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보호수종은 벌목되고, 자연습지는 흙으로 몰래 매립해버리기 때문에 정작 평가를 하면 지킬 곳이 사라져버린다. 약간의 불법이 민주주의의 절차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두루미에게 독국물을 먹이거나 갈대밭을 불질러버리는 시대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2년이 지나고 우리나라의 지도를 펴보니까 남을 곳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졌다. 산을 중심으로 보면 자연생태계 중에서는 지리산, 설악산 그리고 한라산이 거의 마지막 마지노선에 해당했다. 노무현 정부 5년을 지나고 나서도 이 세 곳의 생태계가 살아 있을까가 절박하고 처절한 질문이었던 셈이다. 다시 1년이 지났는데, 설악산과 한라산의 ‘디펜스 라인’이 무너졌다. 노무현 시대는 국립공원이라고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국립공원이 처음 제대로 뚫린 것은 서울의 외곽순환도로를 만들 때의 일이다. 해인사에 대장경 사업에 청와대에서 뒷돈을 약속하고 불교계의 양보를 끌어냈다는 흉흉한 소문들이 뒤따랐다. 이후에는 국립공원이라도 별 수 없었고, 계룡산은 이 도도한 흐름에 1초식도 버텨내지 못했다.
설악산을 지킬 수 없는 것은 설악산에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스키장을 놓든 골프장을 놓든 아니면 터널을 뚫든 혹은 모노레일을 놓든 설악산 개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주민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법규체계에서 설악산 마지노선이 제일 먼저 뚫렸다.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주민의 숙원 앞에 아무도 살지 않는 설악산이 버틸 수 없던 것은 ‘공유지의 비극’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라산은 조금 더 버티다가 무너졌는데, 한라산에서 만큼은 환경부가 약간의 일을 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결국은 제주 도지사가 “뭍에 것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묘안을 내면서 지킬 방법이 없어져버렸다. 한라산의 중산간 지대를 빼곡하게 둘러가며 골프장이 이미 포위한 상태이고 모노레일과 관광벨트가 한라산 생태계를 채울 것이다. 골프 관광으로 돈 맛을 본 지역 토호들이 한라산이라고 내버려둘 리는 없다.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면서 이제 한라산 마지노선도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제 노무현 정부 5년이 끝나고도 무너지지 않을 마지막 산림생태계는 지리산 정도가 남아 있는 셈인데, 역설적이지만 지리산도 ‘지리산댐’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없었다면 벌써 무너지고 골프장 천지가 되었을 것이고 주봉 일부만을 남겨놓고 온천으로 삥 돌아갔을 것이다. 지리산댐을 만들겠다는 이전 정부의 무모했던 시도가 오히려 지리산 주민들에게 지리산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많은 경우 국토생태에 대한 싸움은 건설교통부에 대한 패배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지리산은 문화관광부가 칼자루를 쥐고 ‘주 5일제’를 간판으로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정부계획의 원안대로라면 철도로 지리산을 몇 번을 돌려서 남산처럼 식물원 하나 만드는 정도가 될텐데, 다행히도 문화관광부가 건설교통부처럼 우악스런 파렴치범은 아니라서 최악은 면하게 될 것 같다. 그야말로 지리산이 명산이기는 명산인 셈이다. 한라산은 자신을 지키지 못했지만, 노무현 5년을 지나면서도 스스로를 지켜낸 산은 정말이지 지리산밖에는 없다. 금강산이 명산이라고 하지만 개발되자마자 골프장부터 들어간 걸 보니까 호시탐탐 개발을 노리는 남도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서 스스로를 지켜낸 지리산이 명산은 정말 명산이다. 고려가 끝나고 조선에 참여하지 않는 승려들이 금강산으로 들어가 ‘당취’ 즉 지금의 땡초가 되었고, 그 중의 일부가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권 5년을 지나면서 보니까 지리산의 실상사가 일본의 지나친 기의 발원을 누르는 자리였다고 하는 신라시대의 전설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리산에도 모노레일이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모노레일을 막을 곳은 없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다른 산에 골프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 그리고 대규모 순환도로가 들어서면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지리산 생태계마저 무너지면 광역규모로 지켜야 할 생태계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는 없는 셈이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거의 유일한 생태계인 지리산이 척박하고 어두운 시대를 버티는 동안에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가 노무현 시대의 깡패전성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포용과 관용으로 넉넉한 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불안한 현재의 균형이 1년여 남은 노무현 임기 중에도 버틸 수 있을지가 일단은 관건이다. 노무현 정부의 전북출신 개발주의자 국회의원들도 지리산의 근본만은 못 건드리는 걸 보면서 놀란 가슴을 한 번 쓸어내린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새만금을 왼편으로 보면서 오른 쪽 눈으로 자꾸 지리산을 힐긋거려서 날 뜨끔뜨끔하게 한다.
한라산은 조금 더 버티다가 무너졌는데, 한라산에서 만큼은 환경부가 약간의 일을 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결국은 제주 도지사가 “뭍에 것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묘안을 내면서 지킬 방법이 없어져버렸다. 한라산의 중산간 지대를 빼곡하게 둘러가며 골프장이 이미 포위한 상태이고 모노레일과 관광벨트가 한라산 생태계를 채울 것이다. 골프 관광으로 돈 맛을 본 지역 토호들이 한라산이라고 내버려둘 리는 없다.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면서 이제 한라산 마지노선도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제 노무현 정부 5년이 끝나고도 무너지지 않을 마지막 산림생태계는 지리산 정도가 남아 있는 셈인데, 역설적이지만 지리산도 ‘지리산댐’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없었다면 벌써 무너지고 골프장 천지가 되었을 것이고 주봉 일부만을 남겨놓고 온천으로 삥 돌아갔을 것이다. 지리산댐을 만들겠다는 이전 정부의 무모했던 시도가 오히려 지리산 주민들에게 지리산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많은 경우 국토생태에 대한 싸움은 건설교통부에 대한 패배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지리산은 문화관광부가 칼자루를 쥐고 ‘주 5일제’를 간판으로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정부계획의 원안대로라면 철도로 지리산을 몇 번을 돌려서 남산처럼 식물원 하나 만드는 정도가 될텐데, 다행히도 문화관광부가 건설교통부처럼 우악스런 파렴치범은 아니라서 최악은 면하게 될 것 같다. 그야말로 지리산이 명산이기는 명산인 셈이다. 한라산은 자신을 지키지 못했지만, 노무현 5년을 지나면서도 스스로를 지켜낸 산은 정말이지 지리산밖에는 없다. 금강산이 명산이라고 하지만 개발되자마자 골프장부터 들어간 걸 보니까 호시탐탐 개발을 노리는 남도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서 스스로를 지켜낸 지리산이 명산은 정말 명산이다. 고려가 끝나고 조선에 참여하지 않는 승려들이 금강산으로 들어가 ‘당취’ 즉 지금의 땡초가 되었고, 그 중의 일부가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권 5년을 지나면서 보니까 지리산의 실상사가 일본의 지나친 기의 발원을 누르는 자리였다고 하는 신라시대의 전설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리산에도 모노레일이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모노레일을 막을 곳은 없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다른 산에 골프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 그리고 대규모 순환도로가 들어서면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지리산 생태계마저 무너지면 광역규모로 지켜야 할 생태계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는 없는 셈이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거의 유일한 생태계인 지리산이 척박하고 어두운 시대를 버티는 동안에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가 노무현 시대의 깡패전성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포용과 관용으로 넉넉한 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불안한 현재의 균형이 1년여 남은 노무현 임기 중에도 버틸 수 있을지가 일단은 관건이다. 노무현 정부의 전북출신 개발주의자 국회의원들도 지리산의 근본만은 못 건드리는 걸 보면서 놀란 가슴을 한 번 쓸어내린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새만금을 왼편으로 보면서 오른 쪽 눈으로 자꾸 지리산을 힐긋거려서 날 뜨끔뜨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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