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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모래 속 숨은 진주’ 디자이너에 투자를

등록 2006-03-15 18:41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된 한국 출신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엑조’ 의 패션쇼. 연합뉴스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된 한국 출신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엑조’ 의 패션쇼. 연합뉴스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지난 주, 2006년 가을·겨울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보려고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일이다. 유명 멀티숍인 콜레트 매장에 진열된 삼성 핸드폰을 보고 어찌나 감격했는지. 마치 경쟁률이 치열한 사립학교에 자식을 어렵게 입학시킨 학부모처럼 기뻐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촌스럽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난 진심으로 감동했다.

멀티숍 콜레트는 가장 새롭고 감각적인 비싼 제품만 엄선해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판매할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질은 물론 디자인까지 꼼꼼히 따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의 작품부터 이름 한번 들어 보지 못한 신인의 것까지 구비해 새로운 감성을 제시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책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전자 제품은 새롭고 다양한 기능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언제나 화제를 모은다. 모토롤라나 베루트와 함께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소니 제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삼성의 핸드폰이 한가운데 진열되어 있으니 예상치도 못한 국산 제품의 등장에 감격까지 했던 것이다. 언제나 일본 제품에 뒤쳐졌던 국내 제품이 이제 당당한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삼성의 꾸준한 노력과 확실한 투자의 결실일 것이다. 앞으로는 한국인이 만든 옷도 싸구려 제품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앞선 유행 흐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 두리 정, 리차드 최 등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투자를 하며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벌인 뒤 한 투자가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에게 빛을 준 경우이다. 그러나 어설프게 시작한 투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파리 컬렉션을 통해서 알게 됐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했다는 한 여성의 패션쇼는 시작 전부터 한국 구매상와 기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른 대기업의 거액 투자를 받으며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입성하게 되었다는 그의 쇼를 보러 비오는 날 아침 일찍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쇼는 맥을 빠지게 했다. 어떤 기자는 적어도 한국인들이 자주 보여주는 졸업 작품과 같은 난해하고 완성도 떨어지는 옷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다시 말해 그는 시장성이나 유행의 흐름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옷만 만들어 파리에 온 듯했다. 시장성은 고사하고라도 디자이너의 의도조차도 알 수 없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지만 과연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투자할 상대를 선택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대기업과 일을 할 때 종종 안타까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거액의 돈을 투자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제 아무리 유명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라고 해도 확실한 방향이 없으면 배는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일이다. 유행의 흐름이나 감각에 있어서 전문가를 통해 선정하게 되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잊고 있는 듯하다. 재능 있는 신인을 모래 속에서 발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함부로 한 투자는 오히려 망신스러운 결과를 초래한다.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은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할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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