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봄·여름 버버리 프로섬 콜렉션. 버버리 제공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그의 눈빛은 부드러웠다. 부서지는 햇빛 아래서 로버트 레드포드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메릴 스트립을 보고 있었다. 그때 그가 입은 것은 주머니가 달린 사파리 윗옷이었다. 나는 자유로운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에 한동안 흠뻑 빠져 버렸고 그 뒤 사파리 윗옷은 나에게 이국적이면서도 왠지 낭만적인 소재가 됐다.
그런데 올 것이 왔다. 이번 2006 봄·여름 컬렉션들에서 사파리풍의 윗옷과 셔츠가 열풍을 일으키며 유행을 예고했다. 올 봄에는 캐주얼하면서도 귀족적인 느낌을 주는 것들이 강세였다. 특히 남성복 시장에서도 쭉 강세를 보였던 복고 열풍의 영향으로 세련되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사파리풍 윗옷들이 눈길을 끌었다. 보통 사파리풍 윗옷은 하얀색이나 베이지색이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 있다. 가슴 양쪽은 물론 허리 부분까지 주머니가 달린 경우도 있다. 허리에 벨트를 매기도 하는데 이런 스타일이 이번에 버버리 프로섬, 소니아 리키엘, 스말토 등의 컬렉션에 나타났다.
특히 이번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윗옷과 아래옷을 같은 소재와 색상으로 맞추기보다는 다른 소재와 색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 특징을 이뤘다. 사파리풍 윗옷을 입을 경우 속에는 질감이 좋은 면이나 마 소재로 된 밝은 색 니트나 순백색의 반팔 셔츠를 받치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때 아래옷으로 청바지도 좋지만 비슷한 색상의 베이지 톤 바지를 입으면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사파리풍 윗옷을 입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신발인데, 평소 신던 정장용 검은 구두를 신게 되면 당신에게 호감을 가졌던 여성도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것이다. 하얀색이나 통가죽 소재의 샌들이나 로퍼(학생용 구두 같은 신발), 밝은 색의 가죽 소재로 된 스니커즈가 좋겠다.
여성 컬렉션에서 하얀색이 강풍을 일으킨 반면 남성복은 검정과 회색 등 모노크롬 색상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또한 복고 바람에 영향을 받아 도시적이고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상의와 하의의 실루엣이 매우 좁아졌다. 프라다나 루이비통, 디올 옴므 등의 컬렉션에서 바지통이 좁아지고 윗옷 어깨도 매우 좁아져 마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이나 <탈렌티드 미스터 리플리>에서 주드로가 입었던 옷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줄무늬나 앞 단추 장식이 있는 복고적인 감각의 니트 가디건 등도 눈에 띄는데 통이 좁은 바지에 어울리는 것이다.
이 외에도 로큰롤에서 영향을 받은 스타일도 선보이며, 빨강과 파랑색으로 강조점을 준 점퍼도 등장했다. 특히 이러한 점퍼는 반짝거리는 새틴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인데, 영화 <그리스>에서 존 트라볼타가 입었던 점퍼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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