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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나만의 방’ 에서 나만의 취향이

등록 2006-02-15 18:45수정 2006-02-16 16:54

도자기에 영감을 받아 드레스를 만든 로베르토 카발리 매장 모습.
도자기에 영감을 받아 드레스를 만든 로베르토 카발리 매장 모습.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독일어로 ‘분더캄머’는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뜻이다. 패션잡지에서 우연히 이 낱말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카메라가 생기기 전에 자기 집에 기이한 물건을 수집해 전시해 놓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런 전시 장소를 ‘분더캄머’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종종 패션,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에 가면 작은 박물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갖가지 물건이 구석구석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하다못해 바닷가에서 주은 조개껍데기부터 18세기 샹들리에나 의자에 이르기까지 값도 종류도 갖가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물건들에서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이 그대로 느껴지고, 심지어 그들의 작품이나 작업이 이 수집품들과 매우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 디자이너 박지원이나 지춘희, 사진작가 김중만을 봐도 그렇다. 박지원의 집을 구경하려면 한참을 구석구석 돌아 다녀야 한다. 미국 동부 바닷가에서 주웠다는 다양한 조약돌은 오묘한 색깔로 조화를 이루며 병에 수북하게 쌓여 있고, 인도에서 샀을 것 같은 아름다운 색깔의 호리병들은 구석에서도 강렬한 빛을 뿜어 낸다. 이는 그가 디자인하는 옷이나 장신구와도 비슷하다. 자연스러운 소재를 쓰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스타일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이다. 김중만의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은 스튜디오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가지가 커다랗게 뻗은 나무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 구관조가 살고 있어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닌다. 곳곳에는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아프리카 조각상들이 진열되어 있다. 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좇아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과 정말 비슷하다.

어디 그뿐인가. 로로 피아나(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로 최상급의 캐시미어와 마, 면 소재를 사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의 회장과 케이트 스페이드(가방·액세서리 디자이너)의 저택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얀색부터 베이지 톤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명품 브랜드를 이끌어 가는 회장의 저택답게 나무와 상아, 대리석의 골동품과 조각상이 가득했다. 강렬한 색깔과 도시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뉴욕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케이트 스페이드는 벽에 마티스의 그림을 걸고 붉은 중국장과 로코코 시대의 의지를 놓았는데 이렇게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분더캄머’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키우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동양의 도자기와 다양한 골동품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로베르토 카발리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도자기처럼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었다.

결국 스타일이나 감각 또한 훈련 되는 것이다. ‘나는 감각이 없어’라고 말하기 이전에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 보자. 예쁜 유리병, 할머니가 쓰던 손지갑,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돈들이지 않고 취향과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건 있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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