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최근 한 패션 주간지에서 ‘미우치아, 레이디라이크(Ladylike) 죽이기’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띄었다.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레이디라이크 룩’은 몇 년 전부터 현재까지 패션 시장을 독점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일이다. 유행을 떠나 ‘레이디라이크 룩’을 가장 아름답게 연출하며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 온 프라다 제국이 자신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버렸다고 하니 놀랄 일이기도 하다. 2006년 가을·겨울 밀라노나 파리 컬렉션에서도 화려했던 색상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검정색의 물결이 커다란 파도가 되어 밀려오고 있었다. 여성스럽기 보다는 중성적이면서도 전위적인 감각이 매우 고급스럽게 연출됐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미우치아 프라다도 잠시 ‘레이디라이크 룩’을 뒷전에 밀어 두는 듯하다.
어쨌거나 ‘레이디라이크 룩’은 여성들이 언제나 동경하는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그레이스 켈리이다. 우아함이 느껴지는 그의 스타일은 디자이너들에겐 영감의 원천이 됐다. 블라우스나, 니트에 진주 목걸이나 귀고리를 하고, 허리를 잘록하게 벨트로 강조한 치마를 입는다. 스니커즈 같은 발랄한 신발은 절대 금물이다. 발목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하이힐이나 우아하면서도 깜찍한 분위기를 내는 발레 슈즈와 같은 납작한 구두를 신어야 한다. 여기에 하늘거리는 스카프를 목이나 가방의 손잡에 매 부드럽게 보이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치마는 무릎 바로 밑 선까지 떨어지는 에이치(H)모양이나 폭이 넓은 것을 입는다. 니트 가디건을 어깨에 두르기도 한다. 머리는 단정하게 묶는다. 화장은 짙지 않게 은은하고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붉은 색으로 입술만 강조해주기도 한다.
이 스타일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이나 품위를 드러내는 데 알맞다. 제 아무리 불타는 열정과 반항적이고 저돌적인 감성으로 슈퍼 스타가 된 마돈나나 휘트니 러브같은 록 스타들도 나이가 들고, 자신의 지위가 생기면서 선택한 것은 바로 ‘레이디라이크 룩’이었다. 아무리 유행의 흐름이 미래적이고 도시적으로 변해간다 해도, 활동적인 감각의 스포츠 스타일이 모든 여성들을 유혹한다고 해도 가장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이 스타일에 대한 여성들의 사랑은 계속 될 듯하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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