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상관없이 탄탄한 몸매를 뽐내며 다이어트 비디오를 낸 황신혜.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한 패션쇼를 보고 나온 나는 배우 엄정화와 함께 추위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뒤에서 “빨리 30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들려 왔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인 듯했다. 우리는 한순간 서로 쳐다보다가 약속이나 한 듯 뒤를 바라보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인 호란이었다. 그는 수줍게 웃으며 “나이를 먹는다는 게 멋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우리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 무서운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과연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무서운 일일까. 나이를 먹은 여자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젊을 때는 그 ‘젊음’만으로도 생기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에게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스스로 가꾸어 보여주는 아름다움도 배나온다.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사치’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살다 보면 몸도 불어나고,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개성을 잃어가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다.
얼마 전 마돈나는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춤을 선보이며 ‘헝 업’이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그를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나이가 들어가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언제나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좋다. 한국에서 배우 황신혜만 해도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발랄하기까지 한 패션 감각을 보여주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언제나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사람은 보통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자신을 꾸민다는 것은 그만큼 부지런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무조건 유행을 좆아 돈이 생기면 명품을 사야 멋이 나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게 되면 동대문 시장에서 산 옷도 세련되게 입을 수 있다. 분홍색 같은 화사하고 밝은 색깔은 2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 들었다고 언제나 칙칙하고 어두운 색깔을 입는 다면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
물론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과한 디자인이나 색깔을 어설프게 따라했다가는 동정심만 살지 모른다.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외국에서 나이 든 여인들이 밝은 분홍색이나 감각적인 보라색 옷을 멋지게 입거나, 커다란 귀고리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성숙한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도 있다.
청바지를 잘라 요즘 유행하는 크롭트 팬츠(무릎 밑 길이의 짧은 바지)에 구두를 신어 보거나, 낡은 니트에 비즈를 달아 사랑스러운 니트 풀오버로 만들어 보자. 당신은 바로 유행을 동경하는 사람이 아닌 유행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이든 여성들에게는 세상을 경험한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스티븐 비진체이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을 읽어 보면, 자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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