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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남자 못생겨도 좋아? 그래도 가꾸긴 해야지!

등록 2006-02-01 16:54수정 2006-02-02 17:53

2006 봄·여름 구찌 컬렉션
2006 봄·여름 구찌 컬렉션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혼자서도 척척이었다. 영화 <데이지>를 홍보하려고 잡지 촬영에 나선 정우성을 도와주게 됐다. 한 영화 잡지의 표지를 장식할 참이었다. 대체로 모델이나 배우에게 옷을 입히고 난 뒤 나는 단추를 몇 개 잠가야 할지, 셔츠를 안에 넣어야 할지, 소매를 걷어야 할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정우성은 혼자 거울을 보며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 단추를 끝까지 잠가 보았다, 셔츠 깃을 세워 보았다, 소매를 걷어 보았다 내려 보았다 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으면 촬영에 들어간다. 어찌나 혼자서도 잘 하는지 나는 일하러온 게 아니라 구경하러 온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서 보게 됐다.

대한민국의 남자들 가운데 몇 퍼센트나 패션에 신경을 쓰고 있을까, 외모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까. 어른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남자 생긴 값한다고. 말끔한 외모의 남자는 바람둥이로 결국에는 여자 마음에 상처나 준다는 얘기인 것이다. 하지만 생긴 것은 생긴 것이고 그렇다고 ‘빈대떡 신사’를 연상할 만큼 촌스럽게 입고 다니는 남자에게는 매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옷을 잘 입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가꾸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준다.

얼마 전 은행에 갔을 때 일이다. 항상 업무를 봐주던 남자 대리는 짙은 감색 슈트에 분홍색이나 계란 같이 연한 노랑색 넥타이를 매고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적어도 단정한 옷차림에 차근차근 설명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신뢰감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이 바빠서인지 나는 다른 사람과 업무를 보게 됐다. 그의 머리는 이미 미역처럼 갈라져 있었고 하얀 소금 같은 것이 군데군데 보였다. 넥타이는 영화 <친구>에서나 볼 것 같은 촌스러운 색깔이었고 매는 방법도 구식이었다. 그와 사귀지 않는 한 난 그의 성격이 어떤지 알 필요가 없다. 단지 그렇게 자신하나 노력해서 가꾸지 않는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할지 의문스러웠다.

내 기억을 더듬어 봐도 옷 잘 입는 남자 주변에는 항상 여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상처 받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 남자 친구가 지저분하게 다니는 것은 원치 않는다. 옷을 세련되게 입는 사람에게 때로는 신뢰가 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남자들이 훨씬 일에 대한 이해력도 빠르고 세심하게 일 처리를 하는 편이다.

나는 남자들에게 사치를 요구하는 것도, 화려하게 외모를 가꾸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자신의 외모가 성격이나 능력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시대가 되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다음 주에는 올 봄 남성복 트렌드에서 설명하겠다. 궁금하다면 참고하시길.

서은영/스타일리스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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