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클릭’의 유혹 알짜 패션 사이트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극도로 피곤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됐고, 어깨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패션 인터넷 쇼핑몰이 나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아무리 바빠도, 컴퓨터가 눈앞에 놓여 있는 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쇼핑을 하며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어쩐 일인지 인터넷 쇼핑을 할 때만큼은 물 찬 제비처럼 빠르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패션 사이트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가격대를 갖춘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패션 기자나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재미있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겼다. 실용적이면서도 유행에 민감한 ‘pinklike.com’이나 ‘shugarfactory.com’는 전 패션 기자 출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이다. 또 빈티지 제품과 장신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lunadore.com’과 ‘stylage.com’은 디자이너 출신이 운영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ninestyle.co.kr’과 ‘borntoshop.co.kr’ 등에서는 유럽의 싸고 유행을 따르는 제품을 살 수 있다. 이런 사이트의 장점은 발품 팔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전문적인 패션 지식과 함께 유행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쇼핑 제품이 아이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원하는 제품을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제품 수량이 한정돼 있고 반품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인터넷 쇼핑의 아쉬운 점이다. 분명히 예쁠 것이라 생각했던 물건이 전혀 다른 물건으로 둔갑한 듯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다.
대체로 사이즈가 모호할 때에는 큰 것을 구하면 좋다. 큰 사이즈는 작게 할 수 있지만, 작은 사이즈는 크게 수선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티셔츠의 사이즈는 작은 사이즈를 구해도 예쁘게 입을 수 있지만 스커트나 바지는 확실한 사이즈를 모를 경우 약간 큰 사이즈를 구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먼저 반품이나 교환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산 뒤에도 티셔츠나 니트는 교환이 어려우니 덥석 입어 보지 말 것.
내가 아는 한 패션 에디터도 이렇게 인터넷 쇼핑에 몰입하다 아예 사이트를 차렸다. 도메인(기발한 이름들은 웬만하면 다 등록이 되어 있어, 이름을 정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고 한다)에 이어, 직접 제작·생산을 할 경우 공장을 정한다. 그리고 통신판매 사업자로 등록하면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제품 포장한다, 물건 고른다, 이리저리 바쁜 그를 보면 사이트 운영이 보통 힘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바빠서 필요한 물건을 사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할 수 없게 됐다. 한밤중에도 화려한 쇼핑을 즐길 수 있으니까.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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