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⑮
가족 : 식구
한솥밥의 힘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적당한 말을 고르시오. 1. 우리 회사는 모든 사원을 한 (가족|식구)처럼 여깁니다. 2. 이번 야유회에 참석한 (가족은|식구는) 모두 스물에 달한다. 3. [아이가 엄마에게] 이모네는 안 가고 우리 (가족들만|식구들만) 놀러 가는 거예요? [풀이]
‘가족’은 한 공간에서 의식주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집합적 단위이고, ‘식구’는 한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며 사는 사람으로서 가족과는 달리 개별 성원을 가리킨다. 어떤 집단에서 새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 “이제부터 아무개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면 집단적 결속력을 강조하는 뜻일 테고, “새 식구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 구성원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가족은 집단이고 식구는 개인이다.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뜻하지 않게 헤어졌을 경우 ‘이산가족’이라고 하지 ‘이산식구’라고 하지 않는 것은, 그 말이 생겨난 문맥 자체가 가족이라는 단위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복합어에서 잘 드러난다. ‘가족법’은 있어도 ‘식구법’은 없고, ‘가족관계’라고는 해도 ‘식구관계’라고는 하지 않으며, ‘가족해체’는 있어도 ‘식구해체’는 성립하기 어렵다. ‘가족계획’ ‘가족구조’ ‘가족제도’ 등이 모두 그러하다. 대기업들이 자기 계열사를 가리켜(때로는 소비자까지 끌어넣어) ‘가족’이라고 하는 데서 잘 나타나듯이, 가족의 핵심은 이해관계나 뜻을 함께하는 결속력에 있다. 그렇다면 가족이 되는 일과 식구가 되는 일 중 어떤 쪽이 더 까다로울까. 가끔 개나 고양이를 상속자로 지정했다는 해외토픽을 접하는데, 과연 영어의 ‘family’에 ‘가족’과 ‘식구’라는 분별이 있는지 의문이다. 애완동물에게 재산은 물려줄지언정 한 상에서 밥을 먹는 사이가 아니라면, 역시 ‘식구’라는 말을 쓰기는 껄끄러울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로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듯이, ‘식구’는 ‘가족’에 비해 훨씬 정감 있고 정서적인 낱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일상적인 회화에서 점점 ‘가족’이라는 말이 ‘식구’를 밀어내는 추세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얼굴을 맞대고 밥을 같이 먹는 일이 줄어드는 오늘날의 경향이 언어생활에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과 ‘식구’ 곁에는 ‘가정’이라는 말도 있다. ‘가정’은 한 장소에 모여 사는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지만, 특히 가족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가정교육’ ‘가정주부’ ‘가정환경’ ‘가정통신’ 등의 복합어는 가족을 둘러싼 어떤 환경의 울타리를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은 해체될 수 있지만 ‘가정’은 피폐해지거나 흔들리거나 할 뿐이다. [요약] 가족: 가족 성원의 집합. 혈연에 바탕을 둔 결속력이 초점. 학문적이고 공식적인 말 식구: 가족 성원의 개개인. 한솥밥을 먹는다는 정서가 초점. 정감 있고 일상적인 말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1-가족 2-가족은 3-식구들만
한솥밥의 힘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적당한 말을 고르시오. 1. 우리 회사는 모든 사원을 한 (가족|식구)처럼 여깁니다. 2. 이번 야유회에 참석한 (가족은|식구는) 모두 스물에 달한다. 3. [아이가 엄마에게] 이모네는 안 가고 우리 (가족들만|식구들만) 놀러 가는 거예요? [풀이]
‘가족’은 한 공간에서 의식주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집합적 단위이고, ‘식구’는 한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며 사는 사람으로서 가족과는 달리 개별 성원을 가리킨다. 어떤 집단에서 새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 “이제부터 아무개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면 집단적 결속력을 강조하는 뜻일 테고, “새 식구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 구성원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가족은 집단이고 식구는 개인이다.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뜻하지 않게 헤어졌을 경우 ‘이산가족’이라고 하지 ‘이산식구’라고 하지 않는 것은, 그 말이 생겨난 문맥 자체가 가족이라는 단위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복합어에서 잘 드러난다. ‘가족법’은 있어도 ‘식구법’은 없고, ‘가족관계’라고는 해도 ‘식구관계’라고는 하지 않으며, ‘가족해체’는 있어도 ‘식구해체’는 성립하기 어렵다. ‘가족계획’ ‘가족구조’ ‘가족제도’ 등이 모두 그러하다. 대기업들이 자기 계열사를 가리켜(때로는 소비자까지 끌어넣어) ‘가족’이라고 하는 데서 잘 나타나듯이, 가족의 핵심은 이해관계나 뜻을 함께하는 결속력에 있다. 그렇다면 가족이 되는 일과 식구가 되는 일 중 어떤 쪽이 더 까다로울까. 가끔 개나 고양이를 상속자로 지정했다는 해외토픽을 접하는데, 과연 영어의 ‘family’에 ‘가족’과 ‘식구’라는 분별이 있는지 의문이다. 애완동물에게 재산은 물려줄지언정 한 상에서 밥을 먹는 사이가 아니라면, 역시 ‘식구’라는 말을 쓰기는 껄끄러울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로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듯이, ‘식구’는 ‘가족’에 비해 훨씬 정감 있고 정서적인 낱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일상적인 회화에서 점점 ‘가족’이라는 말이 ‘식구’를 밀어내는 추세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얼굴을 맞대고 밥을 같이 먹는 일이 줄어드는 오늘날의 경향이 언어생활에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과 ‘식구’ 곁에는 ‘가정’이라는 말도 있다. ‘가정’은 한 장소에 모여 사는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지만, 특히 가족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가정교육’ ‘가정주부’ ‘가정환경’ ‘가정통신’ 등의 복합어는 가족을 둘러싼 어떤 환경의 울타리를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은 해체될 수 있지만 ‘가정’은 피폐해지거나 흔들리거나 할 뿐이다. [요약] 가족: 가족 성원의 집합. 혈연에 바탕을 둔 결속력이 초점. 학문적이고 공식적인 말 식구: 가족 성원의 개개인. 한솥밥을 먹는다는 정서가 초점. 정감 있고 일상적인 말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1-가족 2-가족은 3-식구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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