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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월 20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1-19 19:38수정 2006-01-20 15:33

한국어 연습장 (14)

감사하다 : 고맙다
격식과 친근감 사이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표현을 고르시오.

추위야, (고맙다/ 감사하다)!

아이들이 밝게 자라주어서 (고맙다/ 감사하다).

예금상품을 팔고 고객에게 (고맙다/감사하다)는 인사를 듣기는 처음이다.


‘감사하다’와 ‘고맙다’의 차이로 형용사와 동사라는 품사의 다름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미 몇몇 사전에서는 ‘감사하다’를 형용사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마우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감사하신 하느님, 고맙습니다”보다 자연스럽게 여기는 언어감각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먼저, 감사의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 ‘감사하다’와 ‘고맙다’를 이해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조국, 자연, 조상, 신 같은 초월적 존재한테는 ‘감사하다’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가 인간의 탄생을 주관하는 초월적 존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고맙다”는 태어난 아이에게 고마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지위나 연령이 낮은 사람이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때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흔히들 여긴다. 이를테면 판매자는 손님에게 격식과 예우를 갖추어 ‘감사하다’고 해야 하고, 손님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는 것을 다른 사람 앞에서 가리켜 말할 때는 자신을 낮추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해야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감사의 표현을 공적으로 하느냐 사적으로 하느냐도 ‘감사하다’와 ‘고맙다’를 가르는 중요한 사항이 된다. “중소기업을 배려한 정부의 정책에 벤처인으로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처럼 공인이 정부에 사회적이고 공식적으로 말할 때는 ‘감사하다’가 적절하다. 친구, 선생님, 회장님, 이웃처럼 두 낱말이 모두 어울리는 경우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 “내 처지를 이해해주는 길동의 세심한 마음씀씀이에 깊이 감사한다”고 하면 격식을 차려 길동을 예우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체로 ‘고맙다’는 친밀하고 사적이며 정서적인 고마움의 표시인 반면, ‘감사하다’는 예의를 차린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표현이다. 친근한 사이일수록, 허물없는 분위기일수록 ‘감사하다’는 ‘고맙다’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나아가 ‘감사하다’는 고마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보다 감사의 마음을 ‘알린다’는 뜻이 강하다. 결국 두 낱말을 선택하는 기준은 말하는이와 듣는이 사이의 정서적 거리감이다.

‘고맙다’는 말은 많이 오고갈수록 좋은 법이다. 요즘 윗사람에게 ‘고맙습니다’ 하면 어쩐지 ‘감사합니다’보다 예의가 없는 듯이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고맙다’도 예전에는 ‘존귀하다’ ‘공경할 만하다’의 뜻을 지녔었다고 하니, 정서적 친근감으로 봐도 ‘고맙습니다’가 한층 더 정겹지 않을까 한다.

[요약]

고맙다: 관형형으로 쓰일 수 있는 형용사. 격식 없는 표현. 아랫사람에게 쓰임. ‘고마우신’ 가능.

감사하다: 동사. 관형형으로 쓰일 수 없는 형용사. 격식을 차린 표현. 아랫사람에게 잘 안 쓰임. ‘감사하신’ 불가.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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