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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월 6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1-05 19:46수정 2006-01-06 15:50

한국어 연습장 ⑫

껍질 : 껍데기
벗길 수 있는 것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1)

[오늘의 연습문제]

아래 사물들의 거죽을 가리킬 때 ‘껍데기’가 더 자연스러운 것에 △표, ‘껍질’이 더 어울리는 것에 □표, 둘 다 쓸 수 있는 것에 ○표를 하시오.

감자, 굴, 계란, 나무, 밤, 사과, 소라, 알, 양파, 이불, 전선(電線), 조개, 참외, 책, 치약, 호두

[풀이]

오늘은 ‘답’부터 알아보고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껍데기’가 어울리는 경우: 이불, 책, 치약 △‘껍질’이 어울리는 경우: 감자, 밤, 사과, 양파, 전선, 참외 △양쪽 다 쓰는 경우: 굴, 계란, 나무, 소라, 알, 조개, 호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껍데기’와 어울린 이불, 책, 치약이 모두 무생물인 데 비해 ‘껍질’과 어울린 것들은 전선만 빼고 모두 과일이나 채소, 즉 생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양쪽 다 쓸 수 있는 사물들의 경우에도 모두 식물이나 어패류, 즉 생물이다. 여기서 전선을 예외로 해두고 1차로 가설을 세워보면, “생물의 경우에는 ‘껍질’만 쓰거나 ‘껍질’과 ‘껍데기’를 다 쓰고, 무생물의 경우에는 ‘껍데기’만 쓴다”가 된다.

이제 생물 중에서 ‘껍질’만 쓰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감자, 사과, 양파, 참외…. 우선, 모두 껍질이 얇고 무르면서 내용물과 딱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질적 특성이 내용물과 동일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달걀의 ‘속껍질’이나 사람의 ‘살껍질’도 이런 조건에 잘 들어맞는다. ‘밤 껍질’의 경우에는 비교적 단단하다는 사실 외에는 위 사물들과 모든 특성을 공유한다. ‘전선 껍질’은 그 내용물인 금속체와 물질구조가 다르기는 하지만 재질이 무르고 내용물과 밀착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무생물이면서도 ‘껍질’을 거느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껍질’은 내용물의 동질적 연장(延長)이면서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본체와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본체의 필수적 일부이다. 게다가 본체에 밀착해 있기 때문에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본체에서 떨어져나온 ‘껍질’에는 내용물의 일부가 붙어 있기 십상이다. 그리고 어렵사리 본체에서 떼어낸 뒤에도 ‘껍데기’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껍질과 내용물의 이런 유기적 관계는 ‘전자껍질’ ‘껍질눈’ ‘껍질막’ 등의 복합어나 “껍질 상치 않게 호랑이를 잡을까” “껍질 없는 털이 있을까” 같은 속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껍데기’만 쓸 수 있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이불, 책, 치약은 무생물이라는 점 외에 그 껍데기가 내용물과 힘있게 붙어 있지 않아 쉽게 분리가 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치약 껍데기’는 이질적인 내용물을 담고 있는 용기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유사한 예로 선물을 싼 포장지나 튜브, 캡슐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껍데기’는 특별히 ‘포장재’ 혹은 ‘용기’를 뜻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주에 계속)

김철호/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껍질): 이불, 책, 치약

□(껍데기): 감자, 밤, 사과, 양파, 전선, 참외

○(껍질?껍데기): 굴, 계란, 나무, 소라, 알, 조개, 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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