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도 눈부시다!〉
■ ‘출가서 열반까지’ 스님살이 한눈에
〈초승달도 눈부시다!〉
김영옥(55)씨는 앞서 <봐라, 꽃이다!>와 <자귀나무에 분홍꽃 피면> 두 권의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들은 제목에서 ‘꽃’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 말고도 더 중요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 시대의 스님들’과 ‘비구니 스님 행장기’라는 부제는 두 책을 한데 묶는 것이 바로 불교와 스님들임을 알게 한다. 그의 세 번째 책 <초승달도 눈부시다!> 역시 앞선 두 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시(禪詩)와 선화(禪話)라는 창을 통해 산문(山門)의 풍경을 엿보려 하는 것이다. 입적과 다비까지 이르는 노 스님의 마지막 날들을 그린 첫 장을 비롯해, 동안거와 하안거 사이의 ‘산철 결제’, 깨달음과 배움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견강식, 어린 손주를 출가시키려 지리산 높은 자락을 찾은 노인의 이야기, 고향으로 돌아가 노모를 모시고 정진하는 ‘효자’ 스님 등 출가에서 열반까지 스님들의 한살이가 두루 펼쳐진다. “아침 이슬에 곱게 단장하고/ 저녁 바람에 향기를 내뿜지만/ 하필 잎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공(空)임을 아네”(법안 문익 <모란꽃을 보니>)와 같은 불가의 선시들뿐만 아니라 정호승ㆍ최승자ㆍ장석남 등 현대 시인들의 선시풍 시들도 곁들여진다. 잘 짜인 소설 같은가 하면 울림 깊은 시를 닮았고 여백이 풍부한 옛그림을 떠오르게도 하는 지은이의 글들은 대상 및 주제와 맞춤하게 어우러진다. 김영옥 지음/호미·1만원.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 출생 순서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
〈타고난 반항아〉
1946년 이후 미국 대법관 가운데 형제자매 중 맏이인 경우는 12명이었다. 이들이 판례에서 보여준 자유주의 성향은 100점을 만점으로 했을 때 33점이었다. 그러나 형제자매의 중간인 11명은 자유주의 성향이 43점이었고, 막내인 9명은 61점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자유주의적인 민주당 대통령인 존 케네디와 린든 존슨이 임명한 4명의 대법관은 모두 둘째 이하로 태어났다. 반면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조지 부시 등 공화당 대통령들이 임명한 10명의 보수적 대법관 가운데 6명이 첫째였다. 이런 결과는 첫째의 완고함과 막내의 자유주의적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로 인용된다. 완고한 첫째 가운데도 혁명가가 적지 않지만, 그 성향은 역시 둘째 이하와 갈린다. 이를테면 첫째였던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둥, 체 게바라는 강경하고 원칙적이었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좀더 온건하고 유연했던 조르주 당통, 레닌, 류사오치, 피델 카스트로 등은 둘째 이하였다. 프랭크 설로웨이가 쓴 <타고난 반항아>는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의 특성을 방대한 사례를 분석해 설득력 있게 증명해내고 있다. 그러나 출생 순위에 따른 레닌과 스탈린의 차이, 카스트로와 게바라의 차이가 그렇게 큰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정병선 옮김/사이언스 북스·4만원.김규원 기자 che@hani.co.kr
■ 객관적 ‘이즘’에 대한 주관적 정의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만나면 거의 빼놓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 있다.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다. “몇 학번이세요?”도 지겹도록 받는 질문이다. 개인정보를 묻는 게 결례인 외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우리만의 풍경이다. 재소자의 흡연 금지는 어떤가. 행형법에도 없는 재소자 금연을 강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의 형사사건 무죄율 0.18퍼센트는 또 어떤가. 기소만 하면 거의 유죄판결을 받아내는 한국 검사들의 놀라운 능력에 찬사를 보내야 하는가?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65가지 모습에 대한 보고서다. 워낙 익숙해 당연한 일로 여겨온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곱씹어 보는 책이다. 글쓴이 오창익씨는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운동가다.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권 강의도 많이 하는데, 문득 “이건 한국에만 있는 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오씨는 이 책의 글들이 한국 사회가 지양해야 할 자화상이라고 머리글에서 적고 있다. 글들은 오씨의 현장 활동 경험이 녹아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읽어가면서 “그래 맞아”, “아, 그런 면이 있었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오창익 지음/삼인·1만1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 객관적 ‘이즘’에 대한 주관적 정의
〈이즘〉
모든 개념은 미국 문화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말마따나 “날아가는 새를 정조준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성립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은이가 개념을 씨줄과 날줄 삼아 엮어낸 정교한 인간의 사고체계 ‘이즘’을 가지고 책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볼테르의 말을 빌려 설명한다. “만약 나와 논의하고 싶거든 먼저 당신의 용어에 대해 정의를 내려주시오.” 인간은 타인과 지적 논의를 할 때 수많은 개념을 동원한다. 만약 서로 그 의미를 모른다면 논의는 더 진행될 수 없다. 개념이나 이즘이 실체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그것 없이 세상을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책은 사전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서술방식은 주관적이다. 지은이는 객관적이라는 미명에 따라 저자의 관점이 투영되지 않은 책은 생기 없는 지식을 전달할 뿐이라며, 자신의 관점을 많이 투영했노라고 밝혔다. 제국주의를 자본주의가 체제 연장을 위해 내놓은 마지막 카드가 아니라 첫 번째 카드로 해석하고, 신자유주의의 자유는 무역과 투기·초국적 자본과 강대국의 자유로 해석한다. 파시즘과 혁명은 낡은 세계를 일거에 극복하고자 하는 급진적 운동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혁명이 이성의 산물이라면 파시즘은 욕구불만의 결과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박민영 지음/청년사·1만50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타고난 반항아〉
■ 객관적 ‘이즘’에 대한 주관적 정의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이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