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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5월 10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5-09 18:33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
■ 빈곤의 사슬 끊는 ‘공정무역’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

‘드넓은 영토에 풍부한 자원, 도무지 부족한 게 없는데 왜 그리 가난할까?’ 세계의 원조 속에서도 가난을 대물림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대다수 나라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여기, 매일 뼈 빠지게 일하고도 1년에 200달러도 못 번다는 멕시코 커피농장 원주민의 울부짖음은 단지 부자의 넉넉한 베풂이 답이 아니라는 울림으로 돌아왔다. 멕시코 남부 산악에서 가난한 원주민들과 30년 가까이 살아온 판 데어 호프 신부와 종교단체들의 기구 ‘참여연대’의 활동가 니코 로전은 “도움이 아닌 거래”에서 빈곤의 사슬을 끊을 가능성을 보았다. 일회성 원조 프로그램이나 기부 정책이 가난을 끊기는커녕 인간의 가치를 빼앗고, 새로운 형태의 예속 관계를 낳는다는 데 둘은 생각을 함께했다. 대신 땀 흘려 재배한 커피를, 봉지당 10센트 동전을 더 얹어 팔 수 있는 ‘공정무역’ 방안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공적무역은 제값 받는 거래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 방식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윤리적인 공간으로 가꾸는 데 힘을 보탠다. 마침 오늘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선 큰 잔치가 열린다. 인도의 유기농 면 의류도 사고, 동티모르 초콜릿 맛도 보면서 착한 주말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프란스 판 데어 호프·니코 로전 지음, 김영중 옮김/서해문집·1만20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중세는 암흑기? 선입견 깨기


〈중세는 살아 있다〉
〈중세는 살아 있다〉
〈중세는 살아 있다〉

“유럽의 중세는 암흑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통념이고 상식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으며 여러 분야에 발전이 있었음을 입증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있었다.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서 시대의 맥락과 구조를 조망한 프랑스 아날학파는 중세를 복권시킨 대표적 학파다. 프랑스의 중세사 연구자인 장 베르동 교수의 <중세는 살아 있다>도 유럽의 중세에 대해 “어두운 면을 감추지 않으면서 밝은 면도 나란히 제시해 … 중세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들을 깨뜨려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책이다. 식생활, 질병과 위생, 교회, 약자들과 강자들, 여성, 폭력, 불관용, 오락 등 주제별로 나뉜 구체적 사례들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 책에 묘사된 중세의 전체적인 인상은 결코 밝지 않다. 통념이 깨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어둡고 답답하다. 지은이는 각 장의 곳곳에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귓바퀴에 맴돌 뿐이다. 그에 대한 지은이의 설명은 이렇다. “오늘날에도 뉴스의 전면을 차지하는 것은 사고이고 범죄다. 중세에도 마찬가지였다. … 모든 시대가 양가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양한 면모들을 비판적인 정신으로, 그러나 공감을 지니고서 파악하는 일이다.” 장 베르동 지음·최애리 옮김/도서출판 길·1만8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세계 5대 종교와 무신론자의 대화


〈종교 올림픽〉
〈종교 올림픽〉
〈종교 올림픽〉

어느날 머나먼 한 왕국은 ‘종교 올림픽’을 열기로 결정한다. 임금과 현자, 익살꾼 광대는 그리스도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세계 5대 종교와 무신론의 대표자를 초청한다. 각 종교의 문헌과 교리, 과학과 철학을 오가는 토론을 통해 이들은 상상치 못했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신이란 존재를 가지고 민중을 현혹하지 말라”는 무신론자의 주장에 이맘과 목사는 동질감을 느낀다. 무신론자는 “신이 육신을 떠난, 유령 같은 영이 아니라 인류의 심장 안에 있는 일종의 생의 전율이 아닐까”라는 고뇌에 빠진다. “사랑의 현란함이 바로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유대인 랍비는 재물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재산을 맡길 수 있는 좋은 은행을 찾는다면, 숙부의 주소를 기꺼이 알려주겠다”며 청중을 웃긴다. 질적인 진리에 대한 이들의 고민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노총각 랍비는 이맘의 딸의 아름다움에 고뇌한다. 바늘처럼 꿰매는 힘을 가진 진정한 종교, 타종교인을 가장 잘 이해하고, 타종교인에게 봉사를 가장 많이 한 종교는 과연 어느 종교일까? 스위스에서 종교간 대화에 천착해온 저자의 각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프랑스에서 종교문화 교사로 재직중인 역자의 빼어난 번역 모두 돋보인다. 샤피크 케샤브지 지음, 김경곤 옮김/궁리·1만1천원 서수민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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