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즐거움〉
■ 인생2막이 유쾌상쾌한 ‘명랑 아줌마’
〈나이 먹는 즐거움〉
월급쟁이 28년 생활을 마치고 ‘5학년’에 접어든 한 갱년기 여성. 그러나 슬프지가 않다. 살아 있다는 이유로 ‘한 잔’, 아들이 주민등록증을 받았다고 ‘두 잔’, 딸이 생리를 시작했다고 ‘석 잔’, 매일매일이 ‘파티’다. 눈이 어두우니 더는 책을 보지 않아도 되고, 에스트로겐의 지배를 받지 않으니 남녀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손끝 저림·무릎 시큰거림·눈 침침 ‘3종 종합세트’ 몸을 이끌고 도전한 라틴댄스. 자이브·살사·차차차까지 욕심이 난다. 이러다 ‘춤의 전설’로 등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생긴다. 지은이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치있는 문장으로 ‘인생 2막’을 비극에서 희극으로 바꿔 놓는다. 하지만 그에게도 ‘강남엄마 못 따라잡는 불량엄마’임을 자책하던 때가 있었고, 시종 툴툴거리는 불만투성이 직장인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놀라운 ‘자기긍정의 힘’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아낸 지금, 스스로 ‘왕언니’들의 역할모델이 되고자 한다. 그러면서 야심찬 장래희망을 밝힌다. ‘명랑할멈’. “인생에 무슨 모범 답안이 있겠는가? 한바탕 잘 놀다 가자. 웃으며 살다 가자.” 점심을 같이 먹을 가족이 있고, 조조영화를 함께 볼 친구가 있고, 더 먹을 나이가 있는 당신. 충분히 행복하다. 박어진 지음/한겨레출판·1만원.
고유리 기자 yuriko@hani.co.kr
■ 엠파이어 빌딩보다 경복궁이 나은 이유
〈건축은 예술인가〉
압도적인 자연의 크기는 보는 사람을 덮친다. 크기가 주는 공포와 경외다. 그러나 스펙터클이 건축에 적용되면 ‘제왕의 나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된다. 건축가 김원씨는 이를 “높이로 왕이 되려 했던 시도”로 깎아내린다.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 낙수장은 “가장 과대평가된 사례”다. 폭포 위에 걸쳐놓은 집은 사진작가와 관광객을 위한 것이지, 거기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폭포의 소음과 습기의 고통은 빠져 있다. 벌판에 찌를 듯 지어 올린 자금성은 그 오만한 높이 탓에 지어진 지 30년 만에 벼락을 맞아 다 타버렸다. 반면 오붓한 규모의 경복궁은 “주변 산과 크기를 다투지 않아” 벼락 맞을 일이 없었다. 지은이는 현대건축의 오만함과 반환경성에 끊임없이 먹줄을 긋고, 그 자리에 한국 전통건축이 이룩한 성취들을 △사상 △집터 △시간 △풍경 △화해 등 13가지 열쇳말로 채워 넣는다. 그가 보기에 한국 건축은 성리학과 불교로 다져진 생활철학에 뿌리박고 있다. 그렇기에 불국사를 지은 김대성도, 수원성의 채제공과 정약용도, 한양 도성의 밑그림을 그린 정도전도 건축가가 아닌 당대 “최고의 인문학자”였다. 이제 인문이 머물던 집은 없다. “한국의 건설동맹과 21세기 한국의 주거문화가 된 아파트 건축에 회의와 반문과 성토”만 남았다. 2006년에 쓴 논문을 다듬고 늘렸다. 김원 지음/열화당·1만5000원.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보노보스런 인간들의 아름다운 반란
〈보노보 혁명〉
보노보는 유전적으로 침팬지만큼이나 인간에 가까운 유인원이다. 많은 학자들의 비교·연구에서 보듯이, 우리는 인간이 침팬지처럼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천성을 가졌다는 결론에는 익숙하다. 반면, 보노보와의 비교는 낯설다. 인간 유전자 속에는, 낙천적이고, 협력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보노보의 천성이 새겨져 있다는 것도 우린 잘 모른다. 승자독식과 ‘20 대 80’ 이론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는, 할퀴고 긁힌 상처가 가득한 침팬지의 세계다. 하지만 〈보노보 혁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보노보스러운’ 인간의 특징을 한껏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아시아 지역 판매를 맡았던 한 임원은, 아시아 빈곤 지역 5천여 곳에 도서관을 짓고 운영하는 교육사업가로 변신했다. 예일대학·하버드대학원을 나온 한 미국의 엘리트는 빈곤층 어린이 교육에 뛰어들어 25년 가량 전념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와 사회공헌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이 투자와 자선을 함께 이루도록 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치료받은 환자가 자신의 능력껏 병원비를 지불하도록 해, 공짜 치료까지 허용하면서도, 계속 규모를 늘리고 있는 병원도 있다. 침팬지 세상 속에서 일궈내는 보노보들의 혁명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과 테레사 수녀의 자비를 모두 갖춰야 했다. 사회적 기업, 제4섹터, 지속가능한 발전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이는 ‘아름다운 반란’이다. 유병선 지음/부키·1만2천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건축은 예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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