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위험사회〉
■ ‘위험한 한국사회’ 해결방법은?
〈대한민국 위험사회〉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위험 사회〉라는 저서를 통해 현대 산업사회가 누리는 풍요의 이면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경고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나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을 떠올려 보자. 과학기술이 동반하는 이런 위험뿐 아니라 개인주의 심화와 사회복지 축소 등의 사회적 요인도 위험 수위를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벡이 모델로 삼은 독일 사회보다 더 중증의 위험사회다. 한국은 과학의 위험을 통제할 사회적 장치가 독일에 비해 크게 모자라고 또한 공업사회의 조정체계를 떠받치는 사회안전망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사회의 대응 노력은 미진하기만 하다. “502명이 죽은 대참사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만을 다룬 연구서는 지금까지 단 1권” 발간되었을 뿐이다.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가는 방도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위험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은 단순히 기술의 산물이나 실수의 결과가 아니며 현대사회가 바로 위험을 생산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민주주의와 복지사회 확립과 생태적 전환의 달성이라는 거대 과제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성태 지음/당대·1만5000원.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위대한 ‘재즈 디바’의 비극적 생
〈빌리 홀리데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 “‘누가 내 노래를 듣고 싶어 할까?’ 주저하는 것처럼 청중에 대한 소심한 태도…그는 근본적으로 소심한 성격이었고, 친구를 잘못 사귄 점도 있겠지만, 그런 성격 때문에 그가 그릇된 용기를 주는 마약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교육 수준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정도가 못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 거라곤 거의 그의 삶에 대한 거였습니다. 마치 인터뷰 같았지요. 그러다 지치면 그는 분장실로 올라가 주삿바늘을 꽂았습니다. 그렇게 초조함을 떨쳐 냈습니다.” 여러 사람의 증언대로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소리’를 타고난 빌리 홀리데이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고, 자신의 천재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술과 마약에 기대 무대 공포증을 이겨냈던 것처럼, 삶도 위태롭게 중독에 의지했다. 전설적인 노래 〈스트레인지 프룻〉으로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무한 그는 정작 세상에서 위로받지 못한 채 떠났다. 철저한 자료 고증과 1970년대부터 녹음된 빌리 홀리데이 지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44년 동안의 신산한 삶을 담아낸 책은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10대에 성폭행을 당하고 홍등가를 떠돌았던 디바의 삶을 위로하듯 어루만진다. 도널드 클라크 지음·한종현 옮김/을유문화사·3만2000원 김일주 기자
■ 분명한 목소리로 최근 책 60여종 서평
〈책의 제국 책의 언어〉
〈책의 제국 책의 언어〉는 일간지 문화부에서 27년 일해온 지은이가 출판 잡지 〈기획회의〉 리뷰란에 썼던 서평을 묶은 책이다. 최근 몇 년 새 출간된 책 60여종을 다뤘다. 시나 소설 등은 제외됐고, 국내 저자가 쓴 논픽션 위주로 다뤘다. 타깃 독자와 텍스트를 좁히고 시작했기 때문에 대중친화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겁을 먹을 정도는 아니다. 가볍지 않은 책을 주로 다뤘으나 무겁게 가라앉지는 않는다. 글 쓰는 이의 선명한 목소리, 지은이의 표현을 빌자면 ‘공급자 중심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두루뭉술하지 않다. 읽는 이에 따라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최창조의 〈풍수잡설〉은 “풍수에서 명당이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던 어린 시절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곳”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쓴 〈박찬욱의 몽타주〉는 근현대 우리말로 된 최상의 산문이라고 극찬했다. 반면에 문학계는 자기들끼리 글을 쓴답시고 몰려다니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는 슬럼가 상태라고 꼬집는다.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책을 다룬 서평들에서도 목소리는 분명하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서평에선 한국인들이 ‘독재자 박정희’와 단절을 외치다가 ‘위대한 경제건설자 박정희’를 죽였고, 그 결과 노무현 정부 경제 개혁은 ‘눈먼 신자유주의 퇴행’이 됐다고 말한다. 조우석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1만50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빌리 홀리데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
〈빌리 홀리데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 “‘누가 내 노래를 듣고 싶어 할까?’ 주저하는 것처럼 청중에 대한 소심한 태도…그는 근본적으로 소심한 성격이었고, 친구를 잘못 사귄 점도 있겠지만, 그런 성격 때문에 그가 그릇된 용기를 주는 마약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교육 수준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정도가 못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 거라곤 거의 그의 삶에 대한 거였습니다. 마치 인터뷰 같았지요. 그러다 지치면 그는 분장실로 올라가 주삿바늘을 꽂았습니다. 그렇게 초조함을 떨쳐 냈습니다.” 여러 사람의 증언대로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소리’를 타고난 빌리 홀리데이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고, 자신의 천재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술과 마약에 기대 무대 공포증을 이겨냈던 것처럼, 삶도 위태롭게 중독에 의지했다. 전설적인 노래 〈스트레인지 프룻〉으로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무한 그는 정작 세상에서 위로받지 못한 채 떠났다. 철저한 자료 고증과 1970년대부터 녹음된 빌리 홀리데이 지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44년 동안의 신산한 삶을 담아낸 책은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10대에 성폭행을 당하고 홍등가를 떠돌았던 디바의 삶을 위로하듯 어루만진다. 도널드 클라크 지음·한종현 옮김/을유문화사·3만2000원 김일주 기자
〈책의 제국 책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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