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BC급 전범, 해방되지 못한 영혼>
식민 역사의 희생자 조선인 전범들
<조선인 BC급 전범, 해방되지 못한 영혼> 일본의 여성 사학자 우쓰미 아이코(66)가 1982년에 낸 〈조선인 BC급 전범, 해방되지 못한 영혼〉은 일제의 패망 이후 B·C급 전범으로 지목되어 처형당하거나 옥살이를 한 조선인들의 존재에 주목한다. A급 전범으로 처형된 일본인이 도조 히데키를 포함해 7명이었던 데 비해 조선인 23명이 B·C급 전범으로 교수형이나 총살형에 처해졌다. 조선인 전범으로 처리된 148명 가운데 군인은 필리핀 포로수용소장이던 홍사익 중장 등 단 세 명뿐이었다. 통역 등을 제외한 나머지 129명은 타이, 자바, 말레이 등 동남아 지역 포로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근무하던 군속들이었다. 이들은 백인 포로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한편 콰이강 철교 건설 공사 같은 험악한 노동에 강제로 동원하는 ‘악역’을 맡아야 했다. 조선인 포로감시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의 징병과 징용을 피하고자 자원하거나 사실상 강제로 징집된 이들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패전 이후 이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조선인 B·C급 전범 출신 모임인 ‘동진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 오고 있지만,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할 따름이다. 당사자들의 증언과 자료 분석을 근거로 한 양심적인 일본인 학자의 저술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조선인 전범들의 억울한 처지를 눈물겹게 웅변한다. 우쓰미 아이코 지음·이호경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일본인 관리가 기록한 조선 궁중 비사
<대한제국 황실비사>
이완용보다 더한 역적이 윤덕영이었다. 조선을 삼킨 일제의 가장 큰 현안은 순종이 메이지 일왕을 ‘알현’하게 하는 일이었다. 순종이 거부하자 일제는 윤덕영 자작을 내세워 공작을 꾸민다. 윤덕영은 창덕궁(순종) 대신 덕수궁(고종)을 압박했다. 덕수궁에서 밤늦도록 자리를 지키며 주청을 드리고, 고종이 일어나면 다시 안하무인 격으로 독촉해 상궁들조차 두려움에 떨었다. 가택수색 하듯 문서고를 봉인하고 물품보관을 담당하던 상궁을 궐 밖으로 내쫓았다. 명성황후 시해 뒤 3간택까지 했다가 혼인이 취소된 규수를 ‘30여 년 동안 수절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입궐시키기까지 했다. 고종은 탄식하며 윤덕영에게 말했다. “나는 늙어 바다를 건너지 못할 것이다. 창덕궁에 뜻을 전하고 대신 가게 하라.” 고종은 덧붙였다. “총독의 위세를 빙자하여 노년의 나를 이렇게 괴롭히다니. 윤덕영은 조선 오백년 동안 본 적 없는 불충하기 그지없는 자로다.” 〈대한제국 황실비사〉는 1907년부터 1920년까지 13년간 순종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일본인 관리가 기록한 대한제국의 궁중비사다. 상궁을 선물로 포섭하려 한 이토 히로부미, 일제의 건의에 따라 대조전에 그림을 그린 김은호와 김규진 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1926년 당시 〈동아일보〉의 서평대로 “일독의 가치가 있다.” 곤도 시로스케 지음·이언숙 옮김/이마고 펴냄·1만3000원.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유구한 ‘삶의 향’ 배어나는 이스탄불
<이스탄불-유럽과 아시아를 품은 제국의 도시>
이스탄불에 가시려거든 배를 타세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노래했던 “포도주 빛 에게해”에서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나 마르마라해 동쪽 끝을 향해 가다 보면 “연푸른색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홀연히 제국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답니다. 당신은 아마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실 거예요.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도시, 따라서 두 문명권의 한가운데 있는 도시니까요. 비잔틴 유적과 오스만 유적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두에 닿거든 책을 펼치세요. 저자인 존 프릴리가 당신을 이 도시가 처음 생겨난 기원전 658년으로 안내할 거예요. 탄생 이후 천년 동안 ‘비잔티움’이라 불렸고, 330년 로마제국의 수도가 되면서 ‘콘스탄티노플’로 바뀐 이 도시는 1453년 투르크족이 세운 오스만 제국의 수도가 된 뒤 지금의 ‘이스탄불’이란 이름을 갖게 됐지요. 그동안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시 사람들은 무얼 보고 먹고 입고 향유했는지 책에 꼼꼼히 나와 있어요. 이 책과 함께 이스탄불에 가시면, 도시 곳곳 유적들이 살아 있는 오늘로 다가오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유구한 삶의 향기를 맡게 되실 거예요. 존 프릴리 지음·민승남 옮김/민음사·25000원.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조선인 BC급 전범, 해방되지 못한 영혼> 일본의 여성 사학자 우쓰미 아이코(66)가 1982년에 낸 〈조선인 BC급 전범, 해방되지 못한 영혼〉은 일제의 패망 이후 B·C급 전범으로 지목되어 처형당하거나 옥살이를 한 조선인들의 존재에 주목한다. A급 전범으로 처형된 일본인이 도조 히데키를 포함해 7명이었던 데 비해 조선인 23명이 B·C급 전범으로 교수형이나 총살형에 처해졌다. 조선인 전범으로 처리된 148명 가운데 군인은 필리핀 포로수용소장이던 홍사익 중장 등 단 세 명뿐이었다. 통역 등을 제외한 나머지 129명은 타이, 자바, 말레이 등 동남아 지역 포로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근무하던 군속들이었다. 이들은 백인 포로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한편 콰이강 철교 건설 공사 같은 험악한 노동에 강제로 동원하는 ‘악역’을 맡아야 했다. 조선인 포로감시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의 징병과 징용을 피하고자 자원하거나 사실상 강제로 징집된 이들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패전 이후 이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조선인 B·C급 전범 출신 모임인 ‘동진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 오고 있지만,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할 따름이다. 당사자들의 증언과 자료 분석을 근거로 한 양심적인 일본인 학자의 저술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조선인 전범들의 억울한 처지를 눈물겹게 웅변한다. 우쓰미 아이코 지음·이호경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일본인 관리가 기록한 조선 궁중 비사
<대한제국 황실비사>
<대한제국 황실비사>
<이스탄불-유럽과 아시아를 품은 제국의 도시>
<이스탄불-유럽과 아시아를 품은 제국의 도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