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모던>
30년대 상하이는 모더니즘 산실
<상하이 모던>
상하이 푸둥지구의 마천루들은 강 건너 옛 조계지가 연상시키는 외세 침략의 아픈 역사를 그 높이로써 지워 버리려는 듯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오른다. ‘중국인과 개는 출입 금지’라는 악명 높은 안내문으로 상징되는 상하이의 조계구역은 중국인들에게는 수치와 분노의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나 중문학자 리어우판(68·홍콩 중문대 교수)이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9년에 낸 연구서 〈상하이 모던〉은 1930년대 상하이를 적극적으로 재평가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당시 상하이는, 비록 외세의 간섭 아래였다고는 해도, 근대화의 활력에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지은이는 당시의 신문과 잡지, 영화 등의 자료를 근거로 근대 상하이의 문화적 지표들을 확인하고, 그 위에서 행해진 모더니즘 계열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한다. 특히 루쉰을 필두로 한 좌익 계열 작가들에 초점을 맞춘 중국의 공식 문학사에 맞서 “1930년대의 문학적 주류는 좌익의 ‘혁명 문학’이 아니라, 마땅히 모더니즘 문학이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식민 또는 반(半)식민지적 조건이 반드시 질곡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나름대로 근대적 도시 문화와 모더니즘 문학이 꽃필 자양분이 되었다는 관점은 최근 국내의 식민 시기 문화연구의 경향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어우판 지음·장동천 외 옮김/고려대출판부·2만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유대인 가족묘의 예수 이름은 우연?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해 올봄 방영된 다큐멘터리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은 민감한 소재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다큐에서 다루지 못한 증거와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하며 “포르노 고고학”이라는 교계의 야유에 다시 맞선다. 1세기께 유대인 무덤으로 추정되는 가족묘가 1980년 예루살렘에서 발견되었는데 유골함에 새겨진 이름은 마리아, 요셉, 예수, 유다, 그리고 마리암네…. 지은이들은 경외 성경 표기를 근거로 마리암네가 막달라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유골함에서 채취한 잔존물 검사를 통해 유전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얻고 가족무덤의 두 사람은 부부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진위 시비에 휘말린 야고보(예수의 동생)의 유골함을 예수의 유골함과 함께 동위원소를 분석해서 녹청이 일치한다는 결과도 얻어냈다. 흔한 이름들의 우연한 일치일 뿐이라는 지적엔 확률의 곱셈정리를 통해 그럴 가능성은 1/600을 넘지 못한다고 반박하지만 막달라 마리아의 유추 과정에서 나타나듯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취약한 고리로 꿰맞춰 갔다는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돌팔매의 대부분은 예수의 부활이 행여 의심받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에서 나오고 있다. 심차 자코보비치·찰스 펠리그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전문가들이 분석한 29개의 ‘문화 변화’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 문화의 지형도>
마우스로 스크롤을 내려 웹만화를 보며 키득거리는 직장인, 미술품 경매장이나 아트페어에서 구매 열기에 손을 보태는 ‘작은 손’ 컬렉터들, 미국 드라마에 탐닉하며 ‘석호필’을 새로운 고유명사로 만드는 마니아들. 오늘날 ‘너와 나’의 모습에 다름 아닌 이들의 등장은 일시적인 사회 현상을 넘어 우리 문화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판타지나 에스에프, 추리소설이 문학의 주변부에서 한복판으로 이동하려는 기운이 감돌고, 문화의 소비자에 그쳤던 이들이 블로그와 유시시의 등장으로 생산자로 활약한다. 책은 진화하는 미디어가 바꿔놓은 문화 텍스트의 생산·소비 양상과 더불어 가족과 학교의 변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짚어낸다. 책을 기획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글머리에 밝힌 것처럼 “우리 몸을 매개로 사회적 관계의 망을 이루는 것”을 ‘문화’로 정의한다면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가족’의 등장이나 개인의 명상에 방점을 찍고 타종교, 타문화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종교계의 변화는 10년 뒤 한국 문화의 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마니아 문화, 미래의 가족, 탈학교 등의 문화 키워드 29개를 분야별 전문가들이 깊이 있게 분석했다. 김기봉 외 28명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1만6000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전문가들이 분석한 29개의 ‘문화 변화’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 문화의 지형도>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 문화의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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