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가려내는 각 당 경선이 임박했다. 국민의힘이 4일 본선 진출 후보를 결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은 6일 1차 경선을 한다. 1차에서 절반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일주일 뒤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한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한 경우를 빼면, 2일 현재 예비후보 8명이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인영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설 연휴에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박인영 후보 캠프 제공
“저에게 노무현·문재인은 이 시대를 건너는 배와 같습니다.”
박인영(43)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걸어온 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궤적을 함께 한다. 박 예비후보를 정치의 바다로 뛰어들게 한 이는 노 전 대통령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이 국민 경선에서 불리한 판세를 극복하고 역전해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박 예비후보는 “정치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박 예비후보는 초창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멤버다. 노사모 기획위원까지 지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깃발을 올렸던 열린우리당 창당에도 함께했다. 남편도 노사모에서 만났다. 남편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재단 봉하운영본부장을 맡았다.
박 예비후보는 지역 구도를 허물겠다며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왔던 노 전 대통령을 닮았다. 28살이던 2006년 지방선거에 처음 도전했는데 그때 선택한 지역구가 당시 한나라당의 심장인 금정구였다. 금정구는 김진재(13~16대)·김세연(18~20대) 국회의원 부자가 대를 이어 지역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상대 당이 후보를 내기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박 예비후보는 2006년엔 이 지역에서 비례대표 구의원으로 당선됐지만 2010년과 2014년에는 지역구 구의원에 연속 당선되면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박 예비후보의 승부사 기질은 노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김세연 당시 국회의원이 밀고 있던 재선의 자유한국당 소속 금정구청장에 도전했다. 험지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건 셈이다. 당시 민주당 부산시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중앙당에 박 예비후보를 금정구청장 민주당 단수 후보로 추천했고, 맞대결이 성사되는 듯했다.
그러나 박 예비후보의 도전은 직전에 무산됐다. 중앙당은 부산 전반의 공천 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박 후보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단수로 공천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먼저 공천을 반납하고 구청장 대신 부산시 의원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선택은 새로운 길을 여는 ‘신의 한 수’였다. 시의원에 당선된 그는 2018년 7월 8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뽑혔다. 그는 본회의에서 부산시의원 47명 가운데 43명의 표를 얻었다. 전국 최연소 광역의회 의장, 부산시 역대 최연소 의장, 부산시 첫번째 여성 의장,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 아닌 첫번째 부산시의회 의장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주어졌다. 금정구청장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박 예비후보는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검찰 개혁의 뜻을 잇겠다며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부산시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그는 “노무현을 만나 정치를 시작했고, 문재인과 함께 정치로 희망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1월 또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부산시민을 속이고 부산경제를 망치기만 한 국민의힘에 부산을 맡길 수 없다”며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참여한 것이다. 보궐선거를 자초한 민주당을 구하고 부산시 첫번째 여성 시장이 되려는 그의 바람은 이뤄질까.
―부산시민들이 왜 박인영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로 수렁에 빠진 민생을 구하는 선거다. 부산시민들은 매일매일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시장 후보들은 헛된 공약으로 시민을 현혹하고 있다. 누구보다 현재 부산을 잘 알고, 현재 시민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박인영이 지금 바로 부산에 필요한 사람이다.”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공약 3개는?
“3조원 규모 10대 민생 긴급 재난 응급조처를 할 것이다. 민생재난 특별기금 설치, 민생경제 응급대출 실시, 희망리턴패키지 운영, 긴급 동네 보육센터 운영, 영세 자영업자 고용보험 지원 등이다. 또 부산 대개조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시청을 북항으로 이전하겠다. 필요하면 주민투표를 하겠다. 세번째는 세계 100위권 대학 육성이다. 부산을 대학교육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국·공립대학 통폐합 추진과 사립대학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견해는?
“지금까지 지방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수도권 특권주의와 지방에 대한 차별이다. 지방만 괴롭혔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병들게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아집과 수도권의 방해에도 부산·울산·경남은 스스로 가덕도 신공항을 지켜냈다. 지방정부는 무조건 중앙정부에 예속적이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의 대표기관이 됐다. 부산시장이 된다면 2단계 구간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했던 북항 재개발은 부산시민 누구나 쉽게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구간은 그런 가치를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자본과 토건에 또 다른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은 제2의 마린시티가 돼서는 안 된다.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은 2030년 월드엑스포를 기점으로 부산대개조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부산시청이 있게 될 것이다. 또 중앙정부에 항만 재개발지역 관리 권한의 지방정부 이전을 요청하겠다.”
―부산은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절반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1990년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이 보수정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던 부산이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변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의석은 3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득표율은 44%를 기록했다. 이제 어느 정치세력도 상대를 무시할 수 없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부산지역 정당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 지역 군소정당과도 정례적인 당정협의를 진행하겠다. 시의회 원내교섭 단체와 부산시의 정책협의도 정례화하겠다.”
박인영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서면시장에서 음식점용 중고물품 파는 사장을 만나 코로나19 피해 상황 듣고 있다. 박인영 예비후보 캠프 제공
박 예비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주자 3명 가운데 가장 아래에 있다. 그는 “봄에 씨를 뿌린 사람이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 맞다. 땀 흘린 자들이 대접받는 것이 옳다. 부산에서 18년 동안 박인영이 뿌린 씨앗들이 이제 봄의 기운을 받아서 여기저기서 돋아나고 있다. 들판의 봄 쑥처럼 금세 박인영 이야기가 퍼지게 될 거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박 예비후보는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한 여론조사보다 전체 득표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지지를 기대한다. 그는 “민주당 당원들께서는 현명하다. 누가 민주당답게 국민의힘에 맞서 잘 싸울지를 잘 알고 계신다”며 경선에서 역전을 자신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1대1 가상대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한테 계속 밀리는 것에 대해선 “부산시민들께서 준 기회를 민주당 스스로 걷어찼지만 부산시민을 속이고, 부산경제를 망치기만 한 국민의힘에 부산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부산시민은 선거 때마다 현명하게 결정하셨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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