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지난달 6일 비엔케이(BNK)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온라인 출판기념회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 김영춘 캠프 제공
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가려내는 각 당 경선이 열흘가량 앞으로 임박했다. 국민의힘이 다음달 4일 본선 진출 후보를 결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은 6일 1차 경선을 한다. 1차에서 절반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일주일 뒤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한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진 사퇴한 경우를 빼면, 현재 예비후보 9명이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영춘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부산 동구 초량동의 식당에서 민생현장 체험을 위해 2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날 벌은 수당 1만7440원은 기부할 예정이다. 김영춘 예비후보 쪽 제공
‘3선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 국회 사무총장.’
김영춘(59)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대표 경력들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민주화운동을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0년 총선 때 서울 광진구갑에서 출마해 39살 나이로 당선됐다.
이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을 때 김부겸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이들을 ‘독수리 5형제’로 불렀다.
김 예비후보는 2004년 서울 광진구갑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 불출마 선언에 이어, 험지에 출마하겠다며 2010년 고향 부산에 내려왔다. 서울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험지’인 고향 부산으로 내려갔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3선 국회의원·해양수산부 장관 ‘화려한 경력’ 뒤엔
노무현 떠올리게 하는 ‘서울 당선 뒤 부산행’ 결단
그는 2012년 민주당의 뿌리정당인 민주통합당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2014년엔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게 양보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야 부산진구갑에서 당선돼 정치적 덩치를 키웠다. 2018년에는 부산시장에 다시 도전하려 했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로 접었다. 이때 뒤늦게 입당한 오거돈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해 4월 부산진구갑에서 4선에 도전했지만 서병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뿌리정당) 후보에게 졌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심하던 김 예비후보는 오거돈 전 시장 낙마 탓에 어려움 빠진 민주당을 구하는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그는 과연 민주당을 구할 수 있을까.
지난 10일 김영춘 예비후보가 부산 사하구 개금골목식당에서 마스크를 쓰고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영춘 캠프 제공
―부산시민들이 왜 김영춘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번에 뽑히는 부산시장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년 남짓이다. 그런데 이 1년 안에 부산 미래 30년의 운명을 바꿀 중대한 결정들을 이뤄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착공, 2030월드엑스포 유치, 도심철도 재배치, 북항 재개발과 원도심 재생 등 부산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굵직한 사업들의 청사진을 그려내야 한다. 1년을 10년처럼 쓰기 위해서는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과 힘이 있는 여당 시장이 필요하다.”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공약 3개는?
“가장 시급한 것은 가덕도신공항 첫삽을 빨리 뜨는 것이다. 시장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 174석의 민주당과 힘을 합쳐서 2029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5년 동안 1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같은 금융 공공기관을 부산에 유치하겠다. 부산을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로 웅비시키기 위해 해양특별자치시로 만들 것이다. 특별법을 제정해서 해양·교육·경제자치권을 확보하고 시장 직속 투자청을 신설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견해는?
“지금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오는 1년’으로 바꿔내는 시간이다. 이명박·박근혜 등 국민의힘 정권이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뒤집어버리며 부산시민을 희망고문해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아직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훼방을 놓으려 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여행 한 번 편하게 가자고 만드는 공항이 절대 아니다. 부산 김해공항은 이미 국제선 이용자 수와 당기순이익이 김포공항을 넘어서는 포화상태고, 짧은 활주로 길이 때문에 대형 화물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며,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문제도 해결이 안 돼 있다. 이른바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공항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가덕도신공항·130만개 일자리·금융 공공기관 유치
“본선 역전 가능, 대권도전 위해 출마한 것 아냐”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의 대표기관이 됐다. 부산시장이 된다면 2단계 구간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북항 재개발은 부산의 원도심 재창조와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 그래서 부산 도심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을 특화해서 성장시키는 공약을 발표했다. 부전권역은 부전역에 KTX를 정차하게 함으로써 부울경 메가시티 중심지로, 북항권역은 일·여가·주거·복합도심 플랫폼으로, 동천권역은 금융비즈니스 클러스터로, 우암권역은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영도권역은 해양테크노베이와 스마트그린아일랜드로, 남항권역은 수산혁신과 문화관광 거점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부산은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절반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부산이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이 너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민주당 후보가 23년 만에 처음 부산시장에 당선된) 2018년 이전 25년 동안 부산은 국민의힘이 독점해왔다. 국민의힘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환경에서 부산 발전을 위한 치열한 정책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고, 당선돼도 지역을 위해 열심히 뛰지 않았다. 부산에서 여야가 경쟁다운 경쟁할 수 있게 된다면 야당도 긴장감을 갖고 일하게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꺼져가던 가덕도신공항의 생명을 겨우 다시 살려놓으니 국민의힘이 바로 숟가락을 얹으려 달려드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직 공식선거운동 전이지만,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김 예비후보 지지도는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에게 크게 뒤진다. 김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를 자초한 것에 대해) 부산시민께 아무리 사죄를 드려도 부족하지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 어반루프, 한일해저터널 등 민심과 동떨어진 공약을 하는 국민의힘과 다르게 부산시민의 10년 넘은 염원(가덕도신공항)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당을 알려드리면 부산시민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전을 자신했다.
그는 경선을 함께 하는 변성완·박인영 예비후보에 대해 “자신만의 장점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다. 다만, 이번에 취임하는 시장은 1년을 10년처럼 써야 하므로 거대한 행정조직의 리더로서 위기를 돌파해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부산 미래 비전을 그릴 수 있는 정치적 상상력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권 도전에 관해 묻자 그는 “부산시장을 대권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순간도 없다. 특히 지난 25년 동안 날개 없이 추락만 해온 부산을 맡을 시장에게는 부산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다”며 “부산 정치인으로서 고향 부산을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로 웅비시키는 것이 지금 제가 집중하는 비전이다. 대권에 대한 꿈은 오직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