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가려내는 각 당 경선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국민의힘이 4일 본선진출 후보를 결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은 6일 1차 경선을 한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한 경우를 빼면, 1일 현재 예비후보 8명이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우려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부산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이언주 예비후보 캠프 제공
부산 출신으로 대기업 임원 출신 법조인이자 재선 국회의원 이언주(48)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30대 정치 새내기인 이 예비후보를 경기 광명을에 전략공천했다. 이 예비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 4선 국회의원이었던 전재희 후보를 누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이후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을 맡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등 진보적인 의정활동을 펼쳤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에도 경제민주화 법안 발의에 앞장섰고, 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 추진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도 했다.
변신은 한순간이었다. 이 예비후보는 2017년 4월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고, 또 가고자 하는 국민의당의 많은 동지와 함께 진정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며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보수적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학교 급식 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라고 표현했다가 노동자와 노동단체 등으로부터 비판받은 게 대표적이다.
진보적 의정활동 중 ‘진보→보수’로 변신
국민의당이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출범한 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2018년 시장경제살리기연대를 결성해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된 각종 경제 정책으로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며 나라 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 인터뷰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두고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같은 분이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 나타났다는 것이 우리 국민 입장에서 굉장히 행운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2019년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미래를 향한 전진 4.0’을 창당했다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2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부산 남구을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간발의 차로 밀려 낙선했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치인이기 전에 경제인이다. 부산 시민들이 잘 먹고 잘살게 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며 출마표를 던진 이 예비후보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최근 경북 구미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이언주 예비후보 캠프 제공
“유일하게 실물경제인 출신 예비후보” 자부
―부산시민들이 왜 이언주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부산을 지탱해오던 기존의 제조, 기계, 조선산업은 쇠퇴 일로이고, 르노삼성자동차가 철수한다는 말도 들려온다. 청년은 새 일자리가 없어 부산을 떠나고, 노령인구 비중은 높아만 간다. 1인당 실질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가진 젊은 시장이 나타나, 세대교체로 도시 자체를 바꿔내야만 한다. 저는 르노삼성자동차와 에스오일이라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며 실물경제 감각을 익힌, 양당 통틀어 유일하게 실물경제인 출신 예비후보다. 학자식, 관료식 경제 해결책으로는 부산을 살릴 수 없다. 실물경제를 아는 경제전문가만이 부산경제를 살려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제가 부산시장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공약 3개를 꼽자면?
“태블릿 피시(PC) 한대마저 없어 애로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태블릿 피시 1대씩 무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기업과 협의해 지원을 받으면서 최소 비용으로 마련하겠다. 코로나19 지원기금 조성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 부산의 노인 인구 비중이 20%나 되는데 식사 한끼 제대로 못 하는 분들이 많다. 경로당 및 노인복지시설에서 무상으로 중식을 지원하려고 한다. 인공지능 생활안전서비스 시스템 구축으로 인공지능을 생활에 접목하는 것도 목표다. 글로벌 기업, 연구소 협력기반의 인공지능 융합 클러스터를 만들겠다. 의료분야의 경우 인공지능과 의료 융합 교육 및 연구를 추진하겠다. 아울러 부산시 각 복지관의 건강 데이터 저장 서버와 연계해 실시간 건강상태 분석을 시도하겠다. 부산 전체 항만운영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효율성을 올리겠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견해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통과시켜준 국회 인사들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라도, 부산시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 사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한-일 해저터널 등 5 포트 시스템(해저터널-도로-철도-항만-공항)을 완비해 일본 남부의 물류수요를 끌어들이고 남부권 경제권을 통합하는 등 여러가지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의 대표 기관이 됐다. 부산시장이 된다면 2단계 구간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기존 계획이 이미 있다.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 터 자체가 부산시가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것이다.”
―부산은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절반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부산의 여야 대결이 크게 분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의 많은 민주당 인사들이 보수진영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예시다. 시민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소속정당이나 이념보다는 부산 발전을 위하고, 도덕성이 있는 시장을 뽑을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진영논리가 크게 작용하는 지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예비후보는 본 경선에 앞서 박민식 예비후보와 합의해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박성훈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3자 구도로 치러질 본 경선에서 여야 예비후보 통틀어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형준 예비후보를 넘어서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예비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과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박형준 예비후보를 겨눠 “실패한 과거 정권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후보로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산업화의 공이 크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와 수호 의지 측면에서 보수진영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최근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건에서 드러났다시피, 과거 정부에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저질러 왔던 것도 사실이다. 전 정권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후보, 흠결 없는 후보가 본선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 태어날 부산은 새로운 인물이 맡아야”
중앙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산지역 밀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엘시티, (가족기업 몰아주기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전봉민 의원 사건 등에서도 보다시피, 부산은 오랫동안 정관계와의 인허가 비리 등 기득권 유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오히려 부산에서 정치하지 않아 이해관계나 정치적 빚이 없는 것이 (나의) 장점이다. 기득권 유착의 사슬을 과감히 끊어낼 수 있다. 개발 이익의 선순환이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 태어날 부산은 새로운 인물이 맡아야 한다. 보수진영의 공과를 철저히 현실 그대로 받아들여 잘하는 것은 발전시키고, 못했던 것은 철저히 반성하겠다. 더 발전적인 부산시정을 이끌어나갈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