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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새 어선사고 잇따라…겨울철 사고 잦은 이유는?

등록 2019-11-25 16:44수정 2019-11-26 02:11

1주일 새 전북·제주바다서 4명 숨지고 14명 실종
“겨울철 제주바다 북서풍 거칠어…남해안과 달라”
“선단선 조업·난방기 관리 주의·기상 확인 등 필요”
25일 오전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경남 통영선적 창진호(24t)가 전복돼 해경과 공군헬기 등이 구조작업에 나섰다. 서귀포해경 제공
25일 오전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경남 통영선적 창진호(24t)가 전복돼 해경과 공군헬기 등이 구조작업에 나섰다. 서귀포해경 제공

최근 일주일 사이 어선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겨울철 사고가 잦은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제주 성어기에 따른 미숙련 출항 증가와 급격한 기상 변화, 선내 난방기구 사용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안전조업과 함께 어선 2~3척이 선단을 이뤄 고기잡이에 나서는 선단선 조업을 권고한다.

25일 오전 6시5분께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3㎞ 해상에서 장어잡이에 나선 경남 통영선적 창진호(24t·승선원 14명)가 뒤집혀 선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선원 10명은 해경과 공군헬기 등에 의해 구조돼 제주시와 서귀포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해상에는 초속 19m의 강한 바람과 함께 파고 4m의 높은 파도가 이는 등 풍랑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또 24일 오후 11시9분께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남서쪽 7.4㎞ 해상에서 김양식장 관리선이 뒤집혀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불이 난 경남 통영선적 대성호(29t·승선원 12명)가 침몰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돼 해경과 해군 등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주일 사이에 5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된 것이다.

해경 등은 구명벌(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에서 4명, 표류 중인 9명을 구조했다. 이번 창진호에 대한 구조작업은 다행히 대성호 침몰 사고 해역을 수색 중이던 함정과 헬기가 급파돼 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지만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통계를 보면, 해양사고는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봄철(3~5월) 2453건, 여름철(6~8월) 2943건, 가을철(9~11월) 3321건, 겨울철(12~2월) 2274건 등 모두 1만991건이 발생했다. 가을철 해양사고가 30.2%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어선 해양사고는 1029건(2014년)에서 2013건(2018년)으로 5년 새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또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자료에는 이 기간 화재·폭발 사고 비율(26.8%)과 선박침몰 사고 비율(28.3%)이 겨울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먼바다에서 경남 통영선적 대성호(29t)가 불이 나 선원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가운데 해경과 해군 등 수색팀이 사흘째 실종자 수색에 나섰으나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지난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먼바다에서 경남 통영선적 대성호(29t)가 불이 나 선원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가운데 해경과 해군 등 수색팀이 사흘째 실종자 수색에 나섰으나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이처럼 가을과 겨울철 해양사고가 높은 것은 기상 악화와 선내 난방기구 등 화기 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수부는 강한 풍랑과 폭설 등 급격한 기상 변화도 겨울철 해양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겨울철에는 선내와 선원실 등에 자주 사용하는 난방기 등 화기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제주 주변 해상은 남서풍이 불 때는 잠잠하지만 북서풍이 불면 너울성 파도가 거칠어지고 풍랑주의보 등이 자주 내린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로 이번 창진호에서 구조된 기관장 이아무개(39)씨는 “큰 파도에 어선이 기울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너울성 파도에 배가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연안 30~70㎞는 현재 참조기와 갈치, 장어, 문어 등 각종 어종의 성어기여서 제주 바다의 특성을 모르는 어선들이 제주 바다로 모여든다. 조동근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도 바다는 남서풍이 불 때는 잠잠하지만, 겨울철 북서풍이 불면 파도가 높고 풍랑주의보 등이 자주 내린다. 남해안은 섬들로 둘러싸여 풍랑주의보 등이 내려도 잠잠하기도 하지만 제주도는 개방된 해양이어서 북서풍이 불면 파도가 거세져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피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도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출항 전에는 반드시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선 2~3척이 선단을 이뤄 고기잡이에 나서는 선단선 조업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조 국장은 “기상 악화 시 피항에 대한 의무화와 함께 선단선 조업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단 조업이 이뤄지면 인근 어선들끼리 유사시 구조활동을 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군산대 해양운송과학기술학부 교수는 “사고의 원인을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소형선박은 전복의 원인이 높은 파도로 인한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고가 난 당일 서해 군산 앞바다에 강풍주의보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바람으로 인한 높은 파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호준 박임근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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