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강쟁저지 비상도민회의가 28일 제주도청 앞에서 전날 오영훈 지사가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2공항 건설 여부와 관련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하자, 제2공항 반대단체들이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8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오 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제2공항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성토했다.
이들은 이날 “오영훈 지사는 도지사의 의견 없이 주민의견 수렴 결과를 ‘전달’만 한다고 한다.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말단 공무원이 해도 될 일이다. 제주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사업이고 8년째 이어지는 쟁점에 대해 아무 의견도 소신도 없는 도지사가 왜 필요한가”라며 “도민 대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오 지사의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오 지사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찬반이 팽팽하고 합의할 수 없을 때 갈등 해결을 위한 유일한 길은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방향을 결정하는 방법뿐이다. 주민투표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라며 “국토부장관이 반대하니 안 된다고 지레 포기하는 것은 무능의 고백이고 도민의 대표에게 거는 기대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어 “오 지사는 도민의 대표이기를 저버리고 국토부의 들러리 역할이나 한다면 오 지사 역시 도민의 강력한 저항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오 지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민투표는 법적으로 주민투표법에 규정됐지만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지만, 국토부가 이미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시했고, (국토부는) 실무적으로 접근했을 때도 (주민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따라서 주민투표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해온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내세워 제2공항 건설 여부와 관련해 “국토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라”며 제주도를 압박해왔다.
제2공항 반대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 지사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오 지사의 주민투표 요구 거부와 이에 따른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앞으로 제주도와 시민사회단체간 관계가 긴장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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