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총선부터 내리 다섯차례나 제주도 내 3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싹쓸이’해온 민주당이지만 유독 제주지사와는 인연이 멀었다. 오영훈 제주지사 당선자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 20년 만에 처음 배출한 제주지사 당선자다. 지난 15일 당선자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오 당선자는 “도정은 정당정치와 다르다. 실용적 도정을 위해 정당의 색깔을 좀 빼겠다”고 했다. 제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초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4·3 해결사’를 자임해온 그는 재선 의원 2년차였던 지난해 4·3 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보상금 지급을 현실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국적인 국민의힘 바람에도 제주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요인이 뭔가.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중앙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제주 관광에 미칠 파급력까지 언급되자 선거판이 크게 흔들린 건 사실이다. 나는 이 문제에 (당리당략보다는) 도민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관점에서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이런 메시지를 유권자들이 받아들였고, 지지층이 결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든 야든 도민의 이익에 반하면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
―제주 제2공항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달에 국토교통부에서 제2공항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보고서가 나올 텐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제2공항 문제는 7년 넘게 도민 사회에 찬반 갈등이 첨예한 현안이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도민들의 호응이 없다면 추진하기 어렵다.”
―취임하면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내국인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인 제주지역 경기는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취임하면 가장 먼저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일상 회복을 위한 민생 안정에 힘을 쏟겠다. 곧바로 국회와 협의해 70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코로나 피해 극복 및 일상 회복 추가경정예산안이 마련될 수 있게 하겠다.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 제주 실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게 할 생각이다.”
―4·3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고, 선거 기간에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공약했다.
“제주대 총학생회장 시절부터 4·3 진상규명 운동에 참여해온 4·3 유족이다. 증조부와 조부가 4·3 때 한꺼번에 희생됐다. 진상규명과 정의로운 해결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일부터 4·3 희생자 보상금 지급 신청 접수가 시작됐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 지난해 4·3 특별법 개정에 이어 현재 희생자 및 유족들의 잘못 기록된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용역이 끝나면 보완 입법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특히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추가 진상규명을 통한 정명(正名) 작업이 이뤄져야 하고, 미국의 책임 규명도 필요하다.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도 추진하겠다.”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을 분산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 차원에서 기초자치단체 개편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가 나오고 있다. 당선자가 주장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복안은 무엇인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도지사에게 쏠린 권한 집중의 폐단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변경되기 전에 있던 4개 시·군을 부활하는 게 아닌,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자치단체를 만든다는 의미다. 2년 이내에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놓고 주민투표를 하고, 2026년부터는 새로운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는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인수위원회 출범 때 ‘실천적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무슨 의미인가.
“도정은 철저하게 도민의 이익이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 도민의 복리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소속 정당의 색깔도 좀 빼겠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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