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25일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6·1 지방선거에서 눈여겨 볼 지역은 제주도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주지사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모두 승리했다. 흔히 민주당의 ‘텃밭’ 하면 호남을 꼽지만, 제주 역시 꾸준히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온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제주도는 어떻게 ‘민주당의 섬’이 됐을까.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영훈(53) 후보가 제주지사에, 김한규(49) 후보가 제주시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제주도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23석, 국민의힘이 8석, 무소속이 1석을 확보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25석, 자유한국당 1석, 바른미래당 1석, 무소속 4석이었다.
선거 막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건 뒤 국민의힘이 ‘제주 관광 위기론’을 앞세워 중앙당 차원에서 파상 공세를 펼쳤으나 별무소용이었다. 그만큼 제주의 민주당 지지세가 견고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2일 새벽 당선된 뒤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오영훈 후보 쪽 제공
과거 제주는 전통적인 ‘무소속 강세’ 지역이었다. 상황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뒤 변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2004년 총선 이후 치른 다섯 차례 총선에서 제주 국회의원 선거구 3곳 모두를 민주당 계열 정당이 석권했다는 사실이다.
2000년 이후 두드러진 민주당의 ‘제주 대약진’은 4·3문제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4·3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 정부 때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돼 노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해 공식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려 3차례나 4·3추념식에 참석했다. 4·3 문제 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힌 보상금 지급도 현실화했다. 4·3 희생자와 유족이 제주도 전체 인구의 14%(9만80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떠올리면 민주당이 이곳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오영훈 제주지사 당선자도 4·3 유족이다. 초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4·3 해결사’를 자임해온 그는 재선의원 2년차였던 지난해 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보상금 지급을 현실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유세장에 만났던 강아무개(86)씨는 “명예회복은 물론 보상금도 주겠다는데 민주당 후보를 당연히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조직력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선다. 허향진(67) 국민의힘 제주지사 후보를 지원했던 한 인사는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보니 지역에 조직이 없었다. 민주당은 20년 가까이 지역 국회의원 3석을 연이어 차지하는 동안 풀뿌리 조직을 탄탄하게 키웠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제주도에서 국민의힘 꼬리표를 달고 당선되기가 어렵다. 오죽했으면 ‘인물 경쟁력’이 압도적이었던 전임 원희룡 지사도 2018년 무소속으로 도지사 선거에 나왔겠느냐”고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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